최 정 례

복숭아나무 똑바로 서 있는 거 못 봤다

꼭 비스듬히 서 있다

길가에서 길 안쪽으로 쓰러지는 척

구릉 아래쪽으로 기울어

몸 가누지 못하는 척

허공에 진분홍 풀어

지나가는 사람 걸어 넘어뜨리려고

안 속는다, 안 속아

몸은 이쪽에 머리는 저쪽에 풀어두고

왜 서 있나

비틀비틀 무슨 생각하며 걸어왔나

도화

길 밖으로 꽃잎 다 흘리고

안 속는다, 안 속아

길가에서 길 안쪽으로 쓰러질 듯이 비스듬히 서 있는 복숭아나무를 바라보며 시인은 안 속는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되뇌이고 있다. 그것은 역설(逆說)이다. 경계에 몸을 비스듬히 걸치고 있는 복숭아나무의 특이한 생존에 매력을 깊이 느끼고 있는 시안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