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당 최대 52시간 근로제도의 시행을 처벌하지 않는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방식을 통해서 사실상 연기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재난 사고가 발생할 때만 허용하던 특별연장근로 요건을 업무량 급증과 같은 경영상 사유로 확대할 방침이다. 황새만 보고 만들어낸 ‘주52시간제’는 시작부터 무리였다. 가뜩이나 깊은 불황 속에서 중소기업 뱁새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이런 정책은 어리석은 패착이다.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이 2018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주당 근로시간 52시간’ 제도는 기업 규모별로 시행 시기가 차등 적용해 2021년 7월 1일부터 전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주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 대책 추진 방향’을 발표해 사실상 적용을 미뤘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업이라며 감행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는 성공한 다른 나라와 달리 장기불황 속에 시작했다는 치명적인 불합리를 안고 있다. 그러잖아도 어려운 상황에 이 두 개의 비수는 자영업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하는 원흉으로 지목된다. 국가 경제와 가정경제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오던 자영업의 파탄은 최악의 재앙으로 꼽힌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비임금 근로자(자영업자)는 679만9천 명으로 1년 전보다 6만2천 명이 줄어들었다.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는 1년 사이 11만6천 명이나 줄었다. 이는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1998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일 없이 그냥 쉬고 있는 인구는 역대 최다인 217만3천 명으로 1년 사이 34만9천 명이나 늘어났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가장 어려운 계층이 노동자도 자본가도 아닌 자영업자”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정부는 결코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황새만 보고 만든 정책 때문에 부지기수의 뱁새들이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뛰다가 죽어 나자빠지고 있는 형국이다. 찔끔찔끔 언발에 오줌 누듯이 고치고 미룬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근본부터 다시 따져서 새롭게 설계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