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곤영 대구취재본부장
이곤영 대구취재본부장

“여론조사는 의뢰자의 입맛대로 가능하다”는 말은 정치권과 여론조사기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가운데 여론조사의 결과에 대해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조국 법무장관 임명 당시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한 조사기관마다 결과가 첨예하게 엇갈렸고 동일기관의 조사에서도 결과가 들쭉날쭉 해 여론조사 신뢰성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국내 대표적인 조사기관 중의 하나인 모 여론조사기관의 모집단 표본이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에 편향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여론조사기관이 지난 5월 13∼15일 전국 남녀 1천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6일 발표한 주간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48.9%였다. 이에 한 언론사는 표본 표집의 오류를 지적하고 실제 지지도는 29%라는 것이 중립적인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고 보도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체 응답자 1천502명 중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53.3%인 800명이나 포함돼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 지난 8월30일 조국 장관 임명을 두고 반대(54.3%)와 찬성(42.3%)의 격차가 12%포인트로 벌어졌으나 9월4일에는 격차가 오차 범위 내인 5.4%포인트로 좁혀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조 장관 일가에 대한 비리 의혹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던 시점에 통상적인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러나 8월30일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조사에서는 ‘조 장관이 법무장관으로 부적절하다’(57%)는 응답이 ‘적절하다’(27%)를 무려 30%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양대 여론조사 기관이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자 보수성향의 국민들이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조작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고 특정 정권에 유리하거나 또는 불리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는 오해까지 받게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구 서구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이 민심을 조작하는 여론조사기관을 영구퇴출하는 ‘(가칭)정치 및 선거여론조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다고 한다. 이 법안에 따르면 불법여론조사로 형사처벌을 받은 여론조사기관은 향후 10년간 재등록할 수 없도록 해 사실상 영구퇴출하는 등 벌칙을 대폭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얼마나 여론조사가 신뢰를 받지 못하면 이런 법안까지 만들어야 하는지 씁쓸하기만 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심을 파악하는 데 여론조사가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대통령과 정당 지지율 조사뿐만 아니라 중요한 정치 현안마다 여론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국가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가 신뢰받기 위해서는 모집단의 의견을 대표할 수 있는 대표성과 중립성, 과학적인 조사방법과 통계 처리로 최종값을 얻어내야 한다. 잘못된 여론조사가 국가의 존망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