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룡 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지식의 축적이 인격의 성장과 비례하지 않는 것이 사회의 현실이다. 배움이란 현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천적 지식으로 활용돼야 가치가 있으며 이 지식이 선(善)쪽으로 사용돼 사물의 이치나 도리를 깨닫고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할 때 지혜라 한다.

캐나다 출신의 사회인지학습이론의 창시자인 반두라는 사회학습이론에서 특정 행동에 대한 직접적인 강화보다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함으로써 사회적, 인지적 행동을 배우고 좀 더 효율적인 학습이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즉 사람의 성장과정 속에는 역할모델이 있다. 이 역할모델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나도 이 사람처럼 되고 싶다’하며 마음속에 그리게 되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다. 대표적인 예는 세계적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침대 머리맡에 뉴턴의 사진을 붙여놓고 그 사진을 보면서 끊임없이 자극을 받고 노력하고자 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역할모델은 주변의 어른이나 책 속의 위인이 될 수도 있으나 부모가 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부모의 언행을 그대로 닮는다. 역할모델은 아이의 관심분야에서 성취과정을 본받게 된다는 점에서 진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에 아이 스스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어야 하며 은연중에 부모의견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질만능으로 치닫는 지금의 우리 교육에서 긍정적인 부모의 역할모델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특히 상위계층 일수록 오로지 내 자식만이 물불 안 가리고 명문대에 입학시켜 잘 먹고 잘살게 하면 된다는 생각에 교육을 단지 돈 버는 수단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자식입시에 대한 그릇된 열망과 부모들의 욕망을 소재로 2002년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호숫가 살인사건’이 있다. 일본 사회의 대다수가 갈망하는 명문학교 입학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가족의 충격적인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 엔터테인먼트 문학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수작으로 꼽힌다. 명문 중학교 입시에 대비해 호숫가 별장에서 합숙과외를 하는 네 쌍의 가족들에게 벌어진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일본 교육시스템의 문제점과 폐단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풍자한 작품이다. 우리의 교육현실과도 맞물려 있어 공감이 큰 내용이다. 2019년 2월까지 방영된 JTBC의 한국의 의대입시와 사교육의 과욕을 소재로 삼았던 드라마 SKY 캐슬이 있었다. 이 드라마의 결말은 다행히 성적보다 자신의 가치관을 더 중시하는 모습으로 막을 내렸다. 가족들은 새로운 삶을 위해 스카이 캐슬을 떠났고 가식적인 삶에서 본성을 회복함으로써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참된 삶 속으로 들어갔다. 지금 한국사회를 혼란으로 몰아넣은 ‘조국가족의 빗나간 자식사랑’이라는 드라마 같은 현실을 우리는 보고 있다. 지금도 ‘엄빠찬스(엄마와 아빠의 지위를 이용한 특혜)’를 이용해 입시부터 취업까지 각종 범법행위들이 자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조국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정과 정의를 어지럽힌 가치농단을 검찰개혁이라는 틀 속에 희석시켜 왜곡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