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여야 정치권에 의미 있는 두 개의 자살폭탄이 터졌다. 자유한국당 내 최연소 3선인 김세연 의원이 총선 불출마와 ‘한국당 해체’를 주창했고,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총선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전격적으로 불출마 및 정계 은퇴 선언을 내놓았다. 이들의 용단이 좀처럼 감동적인 혁신 기운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에 ‘창조적 파괴’의 허리케인을 불러올 것인지에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한국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원장인 김세연 의원은 선언문에서 한국당을 ‘역사의 민폐’, ‘좀비’라고 지칭하며 당의 완전한 해체를 주장했다. 이어 “완전히 새로운 기반에서, 새로운 기풍으로, 새로운 정신으로, 새로운 열정으로, 새로운 사람들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먹은 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고 썼다. 해석은 분분하다. 김 의원에 대해서는 2년 뒤 부산시장선거 출마를 위한 베팅으로 보는 풀이가 있다. 임 전 실장의 후퇴에 대해서도 현역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끝내 ‘지역구 교통정리’를 하지 못한 결과라고 해석하면서 어떻게든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어쨌든 지금 정치권은 ‘창조적 파괴’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권의 전면적인 정책실패와 신뢰상실로 위기에 몰려 있다. 자유한국당은 민주당 정권의 치명적인 실정에도 불구하고 대안 정당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지 못한 채 지리멸렬을 지속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을 일신하기 위해서는 한바탕 뒤집어놓을 계기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그저 어항 속의 썩은 물은 그냥 두고 애꿎은 ‘붕어 갈이’만 하자는 미봉책으로는 어림도 없다. ‘창조적 파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 낸 베르너 좀바르트(Werner Sombart)는 1913년 저서인 ‘전쟁과 자본주의’에서 ‘반복적인 파괴와 재편’을 주장했다. 시대는 바야흐로 세상을 뒤집을 광폭의 ‘정계개편’을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