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측시설을 싹 쓸어내라’고 지시한 이후 수차례에 걸쳐 남측에 시설 철거를 요구한 북한이 마침내 ‘일방철거에 돌입할 수 있다’는 최후통첩을 보내왔다. 이에 대해서 청와대는 또다시 “남북 간 대화를 통해 지혜를 함께 짜내기를 희망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멀쩡한 남의 재산을 도끼 들고 나서서 부수겠다는데, 웬 ‘선문답’인가 싶다. 국제법에 안 맞고 상식에도 맞지 않는 북한의 망발에 언제까지 굴종의 모습만 보일 참인가. 정부는 그동안 북한이 끝내 ‘판’을 깨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남북 간 실무회담’이나 ‘남측 공동점검단’ 방북 등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일단 대면접촉부터 성사시켜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보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북한은 정부의 대화 요구에 코대답도 하지 않고 있다가 이번 최후통첩을 보내온 것이다.

금강산관광은 지난 1989년 1월 현대그룹의 정주영 명예회장이 방북하여 금강산 남북공동개발 의정서를 체결하면서 논의가 시작됐고, 1998년 6월 23일 본계약 체결이 발표됐다. 한때 금강산 관광객 1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으나 2008년 7월11일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의 피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면 중단됐다.

민간인 피살 사건 이래 우리 정부는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으나 북한 측은 이를 완강히 거부해왔다. 북한의 금강산 시설 철거요구가 나온 이후 모색하겠다던 청와대의‘창의적 해법’이란‘개별 관광을 허용해서 북한 경제에 도움을 주겠다’는 조잡한 아이디어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아무리 남북대화 모멘텀을 살려보려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고 해도 정부의 저자세는 국민 자존심을 너무나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 동해안으로 넘어온 어부들을 제대로 조사도 하지도 않고 극비리에 도살장에 개 끌어다 주듯 허둥지둥 북한에 넘겼다.

50년 사용권을 보장한 기업시설을 일방적으로 부수겠다는데도, 제발 대화 좀 해달라고 애걸하는 꼴이 되고 있다.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이 정상적인 협상의 규칙 아닌가. 정부의 대북 관리는 지금 한참 잘못 가고 있음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