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정치적 이유로 나타난 한미 동맹의 균열 여파가 아니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놓고 무려 5배가 넘는 돈을 우리에게 내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은 바로 미국이 변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트럼프에게 정직하게 두 가지를 물어야 한다. 먼저 주한미군이 돈 받고 다른 나라 지켜주는 용병(傭兵)인지 아닌지를 물어야 하고, 나아가 우리가 ‘자체 핵무장’을 추진하는 것을 막을 명분이 있느냐고 물어야 한다.

만약에 그가 터무니없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요구하면서도 우리의 자체 핵무장을 반대한다면 그는 스스로 균형감이라곤 전혀 없는 형편없는 골목대장이자 천박한 장사꾼에 지나지 않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미국의 국제지정학 전략가 피터 자이한(Peter Zeihan)은 저서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에서 “셰일가스 개발로 에너지 자급의 꿈을 이룬 미국은 이제 세계질서 유지에 관심이 없다. 미국의 동맹은 각자도생해야 한다”고 썼다. 그는 며칠 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속내는 “ICBM만 아니면 상관없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주한미군은 10∼20년 안에 철수한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 그는 “한국 기술로 핵무기 하나 뚝딱 만든다. 못 할 건 없다”는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종합하면 이렇다. 미국은 이제 자기 나라의 재정으로 남의 나라를 지켜줄 의사가 없다. 북핵에 대해 미국은 ‘ICBM’만 아니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북핵 위협은 오로지 대한민국만의 존망(存亡) 문제가 됐다. 이 시점에 우리가 ‘자체 핵무장’을 말하지 못한다면 북한에 무릎을 꿇자는 얘기밖에 안 된다.

핵무장론에 대해 많은 사람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가 불러올 국제제재로 북한처럼 피폐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렇다면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한식에 죽을지 청명에 죽을지 모르는’ 기구한 삶은 괜찮다는 말인가. 우리의 핵보유국 추진에 대한 중국이나 일본의 반응이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대한민국을 천년만년 대신 지켜줄 다른 나라는 이제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핵무장’ 말고 다른 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