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벌써 절반이 지났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직도 반이나 남았다고 절망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에 대한 얘기다.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 2년 반 동안은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전환의 시간이었다. 정부 시작부터 무너진 나라를 다시 세웠고 정의를 사회의 전 영역으로 확산시켰다’고 자평했다. 이런 평가에 대해서도 박수를 치는 사람과 어처구니없어 하는 사람이 극단으로 갈릴 것이다.

한 나라 안에서 같은 사실을 두고 이렇게 극명하게 의견이 엇갈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단순한 관점의 차이가 아니라 이념이나 진영의 논리에 따른 골 깊은 반목과 적개심의 표출이라는 것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된 데에는 일차적으로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본인이 취임사에서도 말했듯이 자신을 지지 하지 않는 사람들의 의사도 존중하는 것이 통치자의 기본적인 소임이다. 날로 변하는 국제정세의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지키기 위해서는 국민의 힘을 결집하는 대동단결이 우선과제이기 때문이다. 통치자가 국론분열의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한쪽 편의 선봉에 서서 시종 증오와 적개심을 부추기는 역할에만 집착하는 것은 참으로 국가적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을 가장 위태롭게 하는 것은 국가 정체성의 혼란이다. 정권을 장악한 좌파 세력들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공공연하게 부정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체제의 전복을 기도한 전력에다 사회주의자임을 천명하는 사람을 법무부 장관의 적임자라고 믿는 것도 그렇거니와 그 사람이 저질은 다른 죄까지 수사하지 말라고 검찰청 앞에 몰려가 시위를 하는 나라가 되었다. 물론 자우민주주의 체제라고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그 체제를 견지해 왔기에 우리나라가 이만큼 기반을 다지고 성장한 것을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부족한 것은 보완하고 잘못된 것은 고쳐나가면 되는 것이지, 혁명이니 개혁이니 내세우면서 모조리 뒤엎겠다는 것은 패망을 자초하는 구시대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좌파정권의 모든 실책은 종북주의(從北主義)로 귀결이 되는 것 같다. 오로지 김정은의 눈치만 살피는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심리가 경제와 외교와 안보를 망치고 있다. 거기에는 어떤 합리나 법치도 통하지 않는 맹신과 집착이 있을 뿐이다. 며칠 전 동해에서 나포했다는 북한 어부(?) 두 사람을 몰래 북송하다가 들통이 난 사건도 그렇다. 그들이 제 입으로 다른 선원 열여섯 명을 죽이고 넘어 왔다는 말을 했을 리는 없을 터이니, 내통한 북의 주장과 요구에 따라 강제 송환했을 거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갖는다. 사람의 생사가 걸린 문제인데 어떻게 충분한 법적 절차와 심의도 거치지 않고 며칠 만에 비밀리에 넘겨준단 말인가.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는 헌법도 인권도 안중에 없는 것이 이 정권의 실상이다. 이런 정권의 임기가 아직도 2년 반이나 남았다는 사실에 불안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