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흥해 용한리 해수욕장 옆
태풍에 떠밀려 온 4천여t 방치
정부 지원 이달 20억원이 전부
90억 예상 처리 비용에 턱없어
시 “내년 3월은 돼야 모두 정리”

해양쓰레기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해양쓰레기 처리비용에 대한 국비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안을 낀 지방자치단체들이 올해 가을 태풍으로 밀려든 해양쓰레기를 재정압박 때문에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주인 없는 바다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13일 포항시에 따르면 현재 북구 흥해읍 용한리 해수욕장 인근의 공터가 해양쓰레기 임시적환장으로 지정돼 가로 100m, 세로 40m 규모의 펜스에 해양쓰레기 4천여t이 쌓여 있다. 이 임시적환장에는 포항 전역에서 수거된 해양쓰레기가 모여들고 있다. 아직 영일만 일대에 방치되어 있는 쓰레기들이 수거되면 그 양은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용한리 임시적환장은 쓰레기 산을 방불케 했다. 폐그물, 어구, 스티로폼부터 건초더미와 뿌리째 뽑힌 폐목까지 온갖 종류의 쓰레기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펜스 밖에도 플라스틱 물병, 캔, 숟가락 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한쪽 편에 있던 밧줄 더미에는 파리 떼가 들끓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면 생선 썩는 듯한 역한 냄새가 날아왔다.

포항지역은 북구 송라면 지경리부터 남구 장기면 두원리까지 203.7㎞에 이르는 해안선에서 연간 300∼400t의 쓰레기가 발생해왔다. 올해는 잇따른 가을 태풍의 영향으로 해양쓰레기 발생량이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 400여t의 쓰레기를 수거·처리하는 데에만 9억원이 들어갔다. 단순한 계산식을 적용해도 90억원 이상이 들어가야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포항시가 ‘해안쓰레기처리비’로 이달 초 받은 국비는 20억원 가량이다. 이마저도 다음 달 시의회로부터 예산 사용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 집행할 수 있어서 현재까지 폐기물처리업체를 발주하지도 못하고 있다.

포항시는 예산이 승인되면 해양쓰레기를 건조한 후 쓰레기에 묻은 흙을 털어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합성수지와 임목, 기타 쓰레기 순으로 분류할 계획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많은 쓰레기를 종류별로 일일이 분리하는 것이 큰 부담이다. 쓰레기를 분류하는데 얼마 만큼의 시간이 소요될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면서 “처리가 늦어지면 내년 3월 말에나 모든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 쓰레기 처리 문제는 포항 뿐만 아니라 경북 동해안 시군들도 똑같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태풍 ‘미탁’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울진과 영덕 등 경북 동해안 지자체들도 긴 해안선을 갖고 있어 해양쓰레기 처리비용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의 해양쓰레기 처리비용 부담 비율을 늘려달라는 요구는 전국적으로 동시다발로 일고 있지만 정부는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군산시는 최근 해양쓰레기 정화 행사차 지역을 방문한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군산 앞바다에 쌓여 있는 해양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재정 부담이 크다”며 국비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문 장관은 “지방 보조를 늘릴 방안을 고민하고, 관계부처와도 협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산대학교의 한 교수는 “해양쓰레기는 외국이나 다른 지역으로부터 밀려올 수 있어서 주인이 없는 쓰레기나 다름없다. 현재는 국비지원율이 10%도 되지 않아 해양쓰레기를 수거·처리하는 데 예산과 인력이 부족할 경우가 많다”면서 “국가 지원율을 대폭 늘려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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