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집3곳

‘두산묵집’의 국수에는 검은 콩가루가 섞여있다. 검은 점들이 보인다.
‘두산묵집’의 국수에는 검은 콩가루가 섞여있다. 검은 점들이 보인다.

달지않고 투박한 전형적인 경북 북부의 밥상
두산묵집

서너 해 전에 가본 적이 있는 식당이다. 음식이 아주 좋았다. 메뉴는 단출했다. 칼국수와 메밀 묵밥. 국수와 메밀묵이 별다른 맛이 있을 리는 없다. 메밀묵과 밀가루 국수의 맛이었다. 오래전에 먹었던 그 음식 맛이었다. 사진을 찍었지만, 정리할 때 막연했다. 간판이 없다. ‘간판 없는 집’으로 저장. 그리고 잊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름은 ‘두산묵집’. 간판은 여전히 없다)

오래간만의 영주 나들이. 풍기읍은 영주에서도 제법 멀다. ‘확인 차’ 다시 가보기로 했다. 아뿔싸. 가게 이름도 모른다. 초행일 때도 안내하는 이의 차를 뒤따라 갔다. 풍기 외곽 언저리라는 것밖에. 위치를 모르고, 주소도 없다. 이름으로 검색하는 것도 불가능.

알만한 이들에게 전화하고, 인터넷으로 열심히 검색했다. 가게 전화번호 ‘054-636-8304’를 겨우 구했다. 전화하니 엉뚱한 대답. 나이 드신 노인분이, “주인이 없어 주소를 모른다”는 대답. 나중에 받은 명함의 ‘영주시 봉현면 두산2동 838번지’나 가게 이름 ‘두산묵집’ 모두 차량 내비게이션에 나타나지 않는다. 도깨비에 홀린 듯하다.

 

‘두산묵집’ 메밀묵.
‘두산묵집’ 메밀묵.

‘영주시 테라피로 417’. 이 정보(?)는 도움이 된다. 차량 내비게이션에 나타난다.

음식은 단순하지만 수준급이다. 전형적인 경북 북부의 밥상이다. 반찬들이 얼마간 맵고 짜다. 조미료를 절제하니, 달지 않고 투박하다. 북어포무침은 간간하지만 맛있다. 거칠지만 잘 무친 맛이 난다. 간장이 아주 재미있다. 일반적인 간장보다 칼칼하고 짜다. 콩간장에 어간장(맑은 생선 젓갈 물)을 섞었다. 비린내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싫어할 수도 있다.

칼국수, 메밀묵, 도토리묵이 메뉴다. 가격은 6천 원 선. 술은 동동주가 있다.

메뉴 입간판만 덩그러니 있는 ‘두산묵집’의 입구.
메뉴 입간판만 덩그러니 있는 ‘두산묵집’의 입구.

칼국수는, 당연히, 가게에서 직접 썬 것이다. 경북 북부의 칼국수는 대부분 콩가루를 넣는다. 이 가게의 칼국수에는 검은콩을 넣었다. 국수에 작은 점들이 있고, 전체적으로 검은 색깔을 띤다. 묵도 직접 쑨 것이다. 매끈하지 않지만 부드럽고 툭툭 끊어진다. 오래전의 음식이다.

점심시간엔 만석. 기다리는 줄도 생긴다. 풍기읍내에서도 제법 떨어진 곳이지만 현지 손님들로 가게가 빼곡하다. 30~40명 정도 앉는 좌석에 빈자리가 없다. 바깥에는 승용차들이 넓은 지방도 길가에 빼곡하다.

바쁘기도 하고, 별로 친절하지도 않다. 무뚝뚝하다. 국수나 메밀 묵밥 한 그릇 후루룩 먹고 나가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몇 마디 물어보면 바로 지청구 듣기 십상이다.

“메밀묵을 직접 쑤느냐?”는 질문에 대답이 없다. 그저 쳐다본다. “메밀묵을 직접 쑤지, 그럼 어디서 사 오느냐?”고 되묻는 표정이다. 구수한 칼국수에서는 밀가루 냄새가 풀풀 난다. 쫄깃하기는커녕 툭툭 끊어진 채로 내놓는다. 밀가루의 풋 냄새가 아련하다.

 

‘전통영주묵집’의 순두부.
‘전통영주묵집’의 순두부.

봉화유기로 한상 차려 ‘대접받는 기분’
전통영주묵집

40년 전통의 순두부, 태평초 전문 식당이다.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영주 읍내에 있다. 가게 안팎의 분위기가 아주 좋다. 바깥마당은 가정집 분위기. 깔끔하게 정리한 작은 정원이 정취가 있다. 아늑하다. 실내는 깔끔하면서 아늑하다. 대청마루를 식당 공간으로 개조했다.

메뉴는 순두부와 태평초다. 태평초는 메밀묵, 돼지고기, 신김치를 넣고 한차례 끓인 음식이다. 안동, 예천, 영주 등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다. 영조 시대 시작했다는 탕평채에서 태평초가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지만 정확지는 않다. 태평초가 서민적인 음식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겨울이면 신김치는 흔하다. 메밀이 흔한 계절이다. 메밀묵도 겨울이면 흔하다. 쇠고기 대신 돼지고기다. 서민적인 음식, 가난한 시절의 음식이다.

봉화는 인접 지역이다. 봉화유기를 사용한다. 묵직한 유기가 품위를 더한다. 서민 음식인 태평초를 유기에 담았다. 어색하지 않다.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전통영주묵집’ 태평초.
‘전통영주묵집’ 태평초.

순두부는 아주 좋다. 재래 간장을 조금 얹어 먹으면 고소한 기운이 온몸에 번진다. 가벼운 술안주, 해장에도 좋다. 반찬들이 소박하지만 단아하다.

두 가지 반찬을 눈여겨볼 만하다. 된장고추박이. 시판 된장고추박이는 흉내만 낸 것이다. 전통 재래 된장도 아니고 제대로 삭힌 것도 아니다. ‘전통영주묵집’의 된장고추박이는 재래 된장에 고추를 넣어서 제대로 삭힌 것이다. 배추 무침도 재미있다. 경북 북부지역은 배추를 잘 사용한다. 배추전도 부치고, 배추 무침도 흔하게 사용한다. 잘 만진 배추 무침이다.

묵직한 유기에 푸짐하게 담아낸 순두부와 단아한 반찬들, 추천한다.

 

거칠지만 부드러운 촌두부.
거칠지만 부드러운 촌두부.

옛 시절 추억 돋는 좁쌀밥 곁들인 메밀묵밥
순흥전통묵밥

40년 전통, 노포다. 널리 알려진 ‘전국구 맛집’이다. 묵밥과 두부가 메뉴의 전부다. 메밀 묵밥은 구성이 재미있다. 가마솥에서 직접 쑨 메밀묵 채에 고춧가루, 김 가루 등을 뿌려서 내놓는다. 육수가 ‘자박자박한’ 그릇에서 먼저 메밀묵을 건져 먹는다. 작은 그릇에 좁쌀밥을 준다. 마지막에 좁쌀밥을 넣고 말아 먹는다. 가난한 시절의 음식이다.

순흥으로 귀양 온 금성대군은 ‘단종 복위’를 꾀했으나 실패. 안동 감옥에 하옥된다. 순흥의 많은 이들이 이 사건에 얽혀서 죽었다. 융성했던 ‘순흥도호부’는 단종 복위 사건으로 강등된다.

영주시의 홈페이지 등에서는 이때 몰락한 순흥 사람들이 먹을 것이 귀해서 메밀묵을 먹었고, 이게 지금의 ‘순흥 묵’으로 연결되었다고 말한다. 그렇지는 않다. 영주는 태백산과 멀지 않고, 소백산 지역이다. 다른 지역보다 산지가 많고 평야는 좁다. 태백산맥 언저리의 산골에서는 대부분 메밀과 도토리를 많이 먹었다. 어디나 식량은 귀했다. 결국, 메밀과 도토리 등이다.

 

‘순릉전통묵밥’ 메밀묵밥.
‘순릉전통묵밥’ 메밀묵밥.

메밀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 막국수, 메밀전병, 메밀묵 등이 모두다. 국수가 필수적이었던 경북 북부는 수입 밀가루가 흔해지면서 죄다 밀가루로 국수를 만들었다. 안동 지방의 ‘건진국시’나 ‘제물국시’ 등이다. 메밀로 묵을 만들기는 힘들지만, 방법은 쉽다. 메밀을 곱게 갈아서 가루로 만들고 체로 친다. 뜨거운 물을 부어 곱게 내린 물을 가마솥에 넣고 끓인다. 이때 눋지 않게 나무 주걱으로 잘 저어준다.

‘순흥전통묵집’의 메밀 묵밥은, 겉면이 매끈하지 않고 부드럽게 감기는 맛이 있다. 두부도 좋다. 이른바 ‘시골 두부, 촌 두부’지만 단단하지 않다. 입자는 거칠지만, 입안에서는 부드럽다. 수준급 두부다. 콩의 단맛과 적당히 부드러운 식감이 아주 좋다.

빵 & 도넛 2곳

정도너츠 매장에 진열된 다양한 빵들.
정도너츠 매장에 진열된 다양한 빵들.

37년 업력으로 명성 떨치는 도너츠의 전당
정도너츠

37년의 업력이다. 생강 도넛이 유명하다.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가게다. 사과, 인삼, 커피 등을 첨가한 도넛도 개발했다.

경북 북부 도시인 영주에 도넛 가게가 있다. ‘영주의 도넛 가게’? 얼마간 생뚱맞다.

주인 부부는 오랜 기간 외지에서 경제적으로 고생했다. 서울 생활을 접고, 남편 고향인 풍기로 낙향한 후 분식집을 열었다.

‘정아분식’. ‘정아’는 아내의 애칭이었다. ‘정아분식’을 운영하던 시절 생강 도넛을 개발했다. 가게 이름은 ‘정아 생강 도너츠’. 이 이름이 ‘정도너츠’로 바뀌었다.

지금은 서울을 포함 전국 여기저기 분점,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원래 ‘정도너츠’ 자리는 ‘본점’이고 영주 읍내 외곽의 새 건물은 ‘본사’다. 본사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소머금고’의  다양한 빵들.
‘미소머금고’의 다양한 빵들.

식감도 맛도 다 다른 ‘고구마 빵’ 전문점
미소머금고

‘고구마 빵’ 전문점이다. 쿠키 모양, 비스킷 모양 등 다양한 고구마 첨가 빵을 만날 수 있다. 빵이라고 부르지만, 쿠키, 빵, 케이크가 혼재된 형태다. 실제, 고구마 케이크도 있다.

풍기 IC 부근에 있다. 새로 지은 건물이다. 바깥 분위기는 반듯하다. 내부 인테리어는 깔끔하다. 마치 카페 혹은 대도시의 디저트 카페 같다. 실제로도 카페처럼 운영한다.

연결된 건물에서는 고구마 빵 관련 체험학습도 할 수 있다.

‘미소머금고’의 고구마 빵은 맛, 식감뿐만 아니라 색깔도 잘 살렸다.

비슷한 맛이라고 짐작하지만, 실제 먹어보면 맛이나 식감이 모두 다르다. 선물용 세트도 판매한다. 1만 원부터 3만 원대까지 다양한 세트가 있다.

/음식평론가 황광해

    음식평론가 황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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