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영 순

오래된 서랍속

황금빛 마흔 여덟 개

들창이 있었네

화들짝 불을 당기는 감청(紺靑)의 그리움

아 그 애 청수는

내가 잊고 있었던 세월동안

신기루처럼 내 아이 서랍 속에 와 있었네

연두 순 틔우고

낙엽지고

참 오랜 세월을

행성처럼 나를 돌던 그 소리

오늘도 아이의 방문 앞에 서면

녹슨 손잡이까지 와 묻은

아릿한 기억

서랍 속 그 비밀스런 창들이 모두 열려

주술을 왼다

시인의 오래된 서랍 속에는 바람 칸이 마흔 여덟 개인 낡은 하모니카가 있다. 그 마흔 여덟 개의 창에는 먼저 보내버린 아이에 대한 그리움이 골싹하게 담겨져 있다. 어찌 잊혀지겠는가. 수많은 세월이 흘러도 오늘 같이 서랍 속 하모니카의 바람 칸 속에는 너무도 그리운 아이의 모습이, 아이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살아 머물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의 가슴 뜨거운 호명 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