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발생 2주년 (상)

포항 지열발전소로 말미암은 11·15 촉발 지진이 발생한 지 2년이 되어간다. 10일 오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소재 지열발전소 시추 탑 너머로 흥해읍 소재지 일대가 보인다. /이용선기자

오는 15일로 포항지진 발생 2주년을 맞는다. 지진으로 포항시민들이 겪은 엄청난 충격은 시민들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놓다시피 했고, 정부조사단의 조사로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에 의한 촉발지진으로 밝혀졌다. 책임 규명은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의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노력에도 시민들이 체감할 정도의 수습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부문별로 나눠 점검해본다.

지지부진 포항지진특별법
 

14·18·21일 산자위 소위서 논의
국가책임 문제 등 쟁점 절충 관건

포항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포항지지진특별법 어떻게 되고 있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산자위)는 오는 14일, 18일, 21일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산업소위)를 열어 포항지진 특별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산업소위가 열리는 3일 동안 상임위 단일안이 도출될 시 22일 전체회의에서 상임위 통과가 가능해진다. 포항지진 특별법 연내 처리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러나 지난 9월 25일 열린 산업소위에서 포항지진 특별법 ‘손해 배상금’ 조항을 놓고 여야간 이견을 확인한 데다 여전히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연내 타결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또 산업소위가 열리는 3일 동안 포항지진 특별법이 매번 다뤄질 지도 의문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한국당 김정재(포항북) 의원 법안에 들어있는 손해 배상금 조항에 대해 거부감이 강하다. 손해배상은 ‘위법 내지는 불법 행위’로 남에게 끼친 손해를 메워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포항지진이 국가의 불법행위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적시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홍의락(대구 북을) 의원은 배상금이나 보상금 개념이 아닌 ‘지원금’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정부 입장에선 아마 ‘배상’ 입법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지진이) 지열발전으로 인한 것이라고 하는 정부의 공식 방침이 나왔는데 거기에 공무원 또는 관계자들이 고의냐, 아니면 과실이냐 이런 부분들은 진상규명 이후의 것”이라고 밝혔다. 배상 입법을 위해선 진상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한국당 김정재 의원은 “세월호참사법안에서도 진상규명과 상관없이 국가가 책임을 인정하고 법안을 먼저 통과시켰다”며 맞섰다. 이번 산업소위에서 법안 통과를 위해선 어떤 식으로든 이와 관련한 입장 조율이 필요한 실정이다.

민주당은 또 김 의원 법안이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공청회 당시 송경창 포항부시장에게 “포항시는 핵심적으로 보상해야 할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전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홍의락 의원은 최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의원 법안 대신 자신이 낸 법안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내 법안도 정부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내 법안을 중심으로 하도록 한국당에서 받아준다면 포항지진 특별법이 하루 빨리 제정될 수 있다”며 “김 의원은 endless(무한대)다. 어떻게 그 모든 것을 받아줄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당에서 자꾸 논의하자고 하는데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내 법안을 중심으로 논의하면서 어떤 부분이 부족할 지를 한국당이 제시해, 실무적으로 논의했으면 좋겠다”면서도 “배상 문제 등을 거론하면 포항지진 특별법 논의는 끝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당이 원안을 고수하고 민주당이 거부하면 법안은 소위에서 장기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가책임 문제 등 민감한 쟁점에 대한 절충이 이뤄져야 포항지진 특별법이 소위와 상임위에서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홍 의원은 지난 7월 23일 ‘지열발전사업으로 촉발된 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은 지난 4월 1일 ‘포항지진 진상조사 및 안전사회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과 ‘포항지진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 2건을 대표 발의했다. 한국당 송언석(김천) 의원도 포항지진과 강원도 산불로 피해를 본 주민에게 주택 복구비 90% 이상(최대 3억원)을 지원하고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한다는 내용으로 ‘포항지진 및 강원산불 피해자 주거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을 6월 5일 대표발의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5월 10일 국가가 지진 피해지역 종합지원계획 및 연도별 실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의 ‘2017년 11월 15일 포항지진 및 여진의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대성아파트 자리에 전 세대 ‘어울림 플랫폼’ 건립

순항하는 흥해특별재생사업
 

4개 사업에 총 2천257억원 투입
이재민 주택·청년창업공간 예정

‘흥해엔 무엇이 들어오나’

‘포항 흥해 특별재생사업(11·15지진 피해지역 특별재생사업)’은 민·관의 협조 속에 순항하고 있다. 전파판정을 받은 주민들과 소유권 이전 등의 문제를 대부분 마무리한 포항시는 오는 2020년부터 본격적인 사업 진행에 들어간다. 이와 함께 지진 피해지역 도시재건을 위한 용역작업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15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제14차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열고 포항시가 수립한 포항 흥해읍 특별재생지역지정 계획을 확정했다. 이로 인해 추경을 확보하게 된 포항시는 포항시 북구 흥해읍 약 120만㎡에 올해부터 오는 2023년까지 포항 흥해 특별재생사업을 진행한다.

사업의 주요 내용은 크게 네가지다. △마중물사업(행복도시어울림플랫폼 조성 등 12건) △부처연계사업(공공도서관 신축 등 7건) △지자체사업(재난 심리지원센터 조성 및 운영 등 9건) △공기업참여사업(공공임대주택 건설) 등이다. 총 사업비로는 2천257억원(국비 766억7천만원, 지방비 1천389억8천만원, 민간 100억5천만원)이 투입된다.

이 중 가장 핵심은 ‘행복도시 어울림 플랫폼’.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간이자, 흥해읍민들의 새로운 삶의 중심지로 건립되는 ‘어울림 플랫폼’은 현 대성아파트 전파주택 부지(포항시 북구 흥해읍 마산리 62-2 일원)에 지어진다. 투입되는 예산만 약 560억원이다. 전파주택 정비 및 부지 활용에 따른 방안으로, 지진에 따른 인구 유출, 문화시설 부족 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포항시는 내다보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6층 이상 규모로 지어지는 ‘행복도시 어울림 플랫폼’은 200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지하 1층에 마련되고, 지상층에는 창업지원, 보육, 주거 공간 등 복합시설이 들어선다. 시설 1층에는 지진·방재 갤러리와 기억 전시관 등 지진을 기억하고 되새길 수 있는 메모리얼 파크를 비롯해 시립어린이집과 육아용품대여소, 장난감도서관 등 마더센터가 입주한다.

2층에는 현재 흥해읍행정복지센터에 있는 흥해특별재생사업 현장지원센터가 이전하게 되고, 지역창업센터가 입주해 흥해읍민들의 창업 및 취업을 돕는다. 3∼4층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과 열람실, 녹음스튜디오, 악기전시실, 연습장 등이 마련돼 교육과 문화·예술공간으로 역할을 하게 된다. 전파주택 이재민 및 청년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LH) 100세대는 5∼6층에 들어선다. 이 외에도 시민들이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어울림마당과 함께 예비창업자들을 위한 창업공간(팝업스토어) 등도 예정돼 있다.

‘행복도시 어울림 플랫폼’을 중심으로 흥해에는 새로운 도심이 만들어진다. 경림뉴소망타운 부지에 들어서는 다목적재난구호소를 비롯해 대웅파크2차 부지에는 생활문화센터와 건강체육시설을 합친 복합커뮤니티센터, 공원, 스마트 공영주차장, 작은 도서관 등 다양한 공공시설들이 건립될 예정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흥해 특별재생현장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특화형 도시재생대학, 도시재생 소식지 등을 발행할 예정”이라며 “이 외에도 주민 거버넌스 구축 및 공동체 활성화 방안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 운영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특별재생사업과 함께 포항시는 지진피해 밀집지역에 대한 도시재건을 추진하고 있다. 포항지진 이후 흥해지역은 경기침체, 인구 감소 등을 호소하고 있다. 이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액 역시 누적되는 상황이다. 포항시는 쓰러져가는 도시 재건을 위해 오는 12월부터 ‘지진피해지역 도시재건 기본 및 주택복구계획 수립 용역’에 들어간다. 흥해읍 인근 약 150만㎡에 달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2년간 6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지진피해 밀집지역 내 인구, 경제, 환경 등을 분석해 도시재건 지구를 나눠 결정하게 되며, 주민 의견과 특별법 등을 중심으로 향후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오는 2020년 6월께 도시재건 기본계획 수립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며, 뒤이어 주택복구계획 수립에 착수, 주택복구계획까지 마무리되는 오는 2022년부터 실제 사업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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