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11월 11일은 ‘빼빼로 데이’라 하여 친구나 연인끼리 길쭉한 모양의 과자를 주고받는 풍속이 생겼다. 그 유래는 부산의 모 중학교 학생들이 11월 11일을 맞아 키도 더 커지고 날씬해지자는 의미에서 과자를 교환한 것에서 비롯됐다 한다. 이를 과자회사가 마케팅으로 활용하면서 빼빼로 데이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특정한 날을 기념일로 만들어 상품을 집중적으로 파는 행위를 ‘데이 마케팅’이라 한다.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도 같은 종류의 데이 마케팅이다. 외래식 과제를 대상으로 한 데이 마케팅에 반발해 기왕이면 우리 상품을 마케팅으로 하자는 운동도 일어났다. 3월 3일을 삼겹살 데이, 닭을 부를 때 ’구구’한다 하여 9월 9일은 닭고기와 계란을 먹는 날로 정한 것 등이다. 또 11일이 우리나라 가래떡과 비슷하다 하여 우리 쌀로 만든 가래떡을 주고받자는 운동도 있다. 경기도 어느 도시는 11월 11일을 과자 대신 책을 선물하자는 캠페인도 벌였다. 대구에서는 매달 11일을 대중교통의 날로 정했다. 11일이 사람의 두 다리와 닮아 이 날로 정했고 대중교통을 이용함으로써 미세먼지 등 환경운동도 겸할 수 있다는 취지다.

적절한 데이 마케팅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고 경기를 촉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도 많다. 소비자의 건전한 선택은 데이 마케팅의 긍정적 측면을 확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1일은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인의 긍지와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는 날이다. 데이 마케팅에 정신을 빼앗겨 법정기념일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우리나라는 임금이 직접 권농을 할 만큼 전통적인 농업국이다. 농업인의 사기를 살릴 농산물에도 데이 마케팅을 한번 시도해 보면 좋겠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