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구석구석
‘오어지 둘레길’ 단풍 명소
운제산 아래 오어지 주변으로
걷기 좋은 트레킹 코스 조성돼
찰랑이는 물결과 숲 조화 이뤄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경 자랑

오어지 둘레길의 첫 관문인 원효교 모습.

“도심과 멀지 않은 곳에 이렇게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둘레길이 있어서 너무 감사하죠.”

7일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 34번지에 있는 오어사 입구는 단풍명소답게 평일임에도 트레킹 족(trekking 族)들로 북적거렸다. 그들은 저마다 배낭을 메고 신발끈을 고쳐 묶으면서 본격적인 산행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이 처음으로 향한 곳은 운제산 아래 소박하게 자리 잡은 오어사였다. 쪽문을 통과해 절 안으로 들어가 보니 입구에는 동자승 모양의 석상이 관광객을 반겼다. 몇몇 방문객들은 석상에서 흘러나오는 샘물을 떠 마시고 시원한 물맛에 감탄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곳을 지나쳐 왼쪽으로 향하면 커다란 종(오어사 동종) 하나가 보인다. 아이들은 종 아래에 오목하게 파인 공간 안으로 동전을 던져 넣고 두 손을 모은 뒤 소원을 빌었다. 바로 옆 대웅전에서도 불상을 향해 절을 올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꿈과 소망이 모여 좋은 기운이 전해지는 듯했다.

이날 오어사를 찾은 대구시민 박창욱(28) 씨는 “붉게 물든 단풍과 작지만 따뜻한 분위기를 풍겨내는 절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며 “작은 종소리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가만히 있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오어사 밖으로 다시 나오면 오어지 둘레길의 첫 관문인 ‘원효교’가 보인다.

많은 관광객들이 등산하기에 앞서 출렁다리로 유명한 원효교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어 원효교에 첫발을 내딛은 관광객들은 흔들거리는 다리가 신기한 듯 즐거운 비명을 질렀고, 몇몇 사람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걸음을 옮겼다.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되는 숲길로 들어서자 흙바닥에 멍석이 깔려 있어서 푹신한 느낌이 발에 전해졌다. 숨을 들이킬 때마다 상쾌한 공기가 코로 들어갔고, 오색 빛깔의 단풍이 눈을 호강시켰다. 떨어진 낙엽을 밟으면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도 또 다른 재미였다.

둘레길 초입은 다양한 햇빛을 받아 찬란히 빛나는 단풍과 폭신한 흙길, 손에 잡힐 듯이 찰랑거리는 오어지의 물결까지 더해져 절경을 이뤘다.

풍경에 취해 걷다 보면 메타세콰이어 숲이 보인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일부 산행객들은 준비해 온 김밥 등을 꺼내 먹으며 소풍을 즐겼다.

다시 걸음을 옮기면 대골이 나오고, 수십 개의 돌 탑이 보인다.

‘봉사의 돌탑’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돌탑은 김춘봉 씨가 이곳을 지나는 이들의 무병장락(無病長樂)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혼자서 5년간 돌을 날라서 완성한 것이라고 한다.

 

7일 오어지 둘레길을 찾은 트레킹족들이 형형색색의 단풍이 물든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은 오어지 둘레길의 숲 길 모습.
7일 오어지 둘레길을 찾은 트레킹족들이 형형색색의 단풍이 물든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은 오어지 둘레길의 숲 길 모습.

그 후 물 위에 있는 징검다리를 건너면 둘레길은 끝이 난다.

포항시민 강춘자(67·여)씨는 “2시간 동안 둘레길을 천천히 걸어봤는데 길이 평탄해 힘든 것을 못 느꼈다”며 “사시사철 자주 오어사를 찾아오지만, 단풍이 절경을 이루는 이맘때가 가장 걷기 좋은 것 같다. 특히 트레킹을 좋아하는 노인들에게는 몸에 무리가 가지도 않으면서도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최고의 코스”라고 말했다.

오어지 둘레길은 운제산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신라 천년 고찰인 오어사의 지형적 특성을 잘 살려 만든 둘레길이다. 저수지인 오어지 주변을 따라 목재 데크가 설치돼 있어 관광객들은 수변 경관을 감상하면서 숲길을 걸을 수 있다.

오어사 둘레길은 오어사를 출발해 원점으로 회귀하는 7km(2시간 소요 예상) 구간이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