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에 시작됐어야 할일 늦었지만 빨리 밝혀져야”
지열 발전 이론적 근거 제시
부지 선정·운영 참여 연구원
지질연구소 관련 용역 실행
물주입 자문 교수 등 수사 선상
일부 “늦은 수사로
결정적 자료 폐기” 우려도

‘검찰이 나서면 달라질까’

11·15 포항촉발지진 수사에 검찰이 칼을 빼들자 포항 시민들의 기대치가 한껏 높아지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진 5일 오후 포항 시민들은 “감사원 감사에 이어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함에 따라 유발지진의 책임 소재가 규명될 지 기대가 크다”면서 “진작에 시작됐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때늦은 수사는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이 정치권의 알력으로 미적거리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직전에 이르는 등 민심이 예사롭지 않은 상황도 감안된 것으로 여겨진다.

서울중앙지검 과학기술범죄수사부가 1차 수사에 올린 대전의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포항지열발전소 넥스지오 및 계열사 등 4곳도 이와 관련이 있다. 정부조사연구단(단장 이강근 서울대 교수)도 포항지진을 지열발전에 따른 촉발지진이라 규명해 이들이 수사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 정부는 1년간 조사결과를 지난 3월 20일 지열발전소에서 땅속으로 물을 주입해 촉발된 인재(人災)로 판정했다.

검찰 수사는 엄청난 피해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소재를 가려 처벌하는 데 가속페달을 밟는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지열발전소를 운영했던 넥스지오는 1차적인 책임자로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하는 처지다. 대전 지열발전연구원의 연구원들도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 될지 관심거리다. 포항지열발전소의 이론적 근거와 필요성을 제시하며 부지선정에서부터 운영 전반에 관여했던 A연구원이 가장 먼저 지목되고 있다. 이어 산자부의 지질연구소관련 용역을 실행했던 에너지평가원의 B교수와 포항지열발전소의 파일 시추와 물주입 등의 기술적 자문을 했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C교수 등이 검찰의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양만재 포항지진공동연구단 부단장은 “포항지진을 촉발한 지열발전의 학문적 근거를 제시했던 학자들의 비양심이 훨씬 나쁘다. 늦은 감은 있지만 검찰의 이번 수사를 통해 포항지열발전소 건설에 관여한 지질 관련 과학자와 전문가, 사업자들의 과실이 명백하게 드러나고 또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포항 시민단체들의 잇따른 고발도 수사의 단초가 됐다는 분석이다. 공원식 포항11·15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범대위 소속 임종백 집행위원이 개인 자격으로 포항지청에 고소를 했고, 올해 3월 범대본에서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후 검찰이 이를 동일사건으로 묶어서 진행을 해 이번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이라며 압수수색 배경을 설명했다. 공 위원장은 이어 “국회도 특별법 관련 원인규명 절차에 있고, 시민들도 정확한 원인이 뭔지 알고 싶어한다. 지금까지는 이게 잘 진행이 안되니 고소하게 됐고, 고소에 의해 압수수색까지 진행됐다. 이번 압수수색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지만 빠른 원인규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11·15포항지진 손해배상 소송을 하고 있는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공동대표 모성은·범대본)는 지난 3월 29일 서울중앙지검에 윤운상 넥스지오 대표와 박정훈 포항지열발전 대표 등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및 상해 혐의로 고소했었다. 원고만 1만2천명이 넘는다. 범대본측 이경우 변호사는 “이번 검찰수사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자료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검찰에서 우선적으로 자료를 확보한 것”이라면서 “자료 원본을 확인하게 되면 포항지진과 관련해 책임자 규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피고소인들은 2016년부터 미소진동을 모니터링했고, 미소지진이 발생하고 있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당장 사업을 중단하고 활성단층 조사를 해야 했음에도, 지열발전소에 물주입을 강행해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검찰의 압수수색이 늦어져 결정적인 자료를 폐기 또는 은닉했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전준혁·이바름기자
 

    전준혁·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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