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내년 4월 열릴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기획단 인선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박맹우 사무총장이 단장을 맡은 총선기획단을 출범시키는 등 총선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극한 정쟁 속에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과제는 물론, 밀린 법안과 새해 예산안 심의를 얼렁뚱땅 벼락치기로 졸속 처리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내달 9일 정기국회 종료 이후에는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한 민주당 총선기획단 명단에 들어간 금태섭 의원 이름이 눈에 띈다. 지난 ‘조국 대란’ 과정에서 곧은 소리를 펼쳐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는 금 의원이 포함된 일을 놓고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민주당의 결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한다”며 극찬하고 나섰다.

최고위원을 지낸 충청권 재선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영남권과 강남 3구의 3선 이상 의원들의 용퇴’를 들고나온 것도 주목거리다. 여의도 정치권은 바야흐로 내년 총선 말고 다른 일에는 관심이 떠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판국에 ‘포항지진 특별법’ 같은 절박한 법안들이 제대로 처리될 것인지,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된 새해 예산안 심의가 성실하게 될 것인지 걱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513조5천억 원이라는 초유의 ‘슈퍼 예산’을 지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중이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내년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예산에 지나지 않는다며 대폭적인 삭감을 공언하고 있다. 정쟁 요소들이 뒤범벅된 상황에서 부실 졸속심의가 심히 우려된다.

모름지기 국회가 감당해야 할 책무 중에서 법안과 예산안의 빈틈없는 심의 의결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실정(失政)은 조금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혈세를 쏟아부어 권력을 지탱하려는 정부·여당의 의도는 철저히 견제돼야 한다. 야당 정치인들 역시 총선을 의식한 각자도생의 심사로 본분을 망각한 채 허투루 처신해서는 안 된다. 정파적 시각에서 벗어나 나라의 미래를 진정으로 고뇌하는 정치인과 정치세력이 누구인지, 과연 있기는 한 건지 궁금한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