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미탁이 휩쓴 영덕·울진지역
피해 주민들 한달째 복구 안간힘
토사 치웠지만 주택 복구는 아직
“겨울 오기 전 마무리 해야” 걱정

[영덕·울진] 영덕·울진지역 태풍 이재민들의 겨울나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곧 겨울이 다가오지만 아직 안방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거실에서 잠을 자는 이재민도 있고, 무너진 보일러실 벽과 집안 벽을 수리하는 이들도 있다.

교통수단인 오토바이도 고장 난 채 방치되고 있고, 곳곳에 모아 둔 쓰레기는 악취를 풍기고 있다.

태풍 ‘미탁’이 쑥대밭은 만든 영덕과 울진지역 피해 현장을 한 달 만인 3일 찾았다.

울진군 기성면 망양2리에 사는 임모(66)씨는 눅눅한 상태인 안방을 보여주며 “이제 곧 겨울인데 아직 안방에도 못 들어가고 거실에서 자고 있습니다. 어서 복구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고 허탈해 했다.

임씨 집을 비롯해 망양2리는 지난달 2~3일 사이에 지나간 태풍 ‘미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마을을 관통하는 하천에 흙과 돌이 쌓이면서 하천 주변에 자리 잡은 집으로 물이 넘쳤다. 이 마을 대부분 집이 물에 잠기면서 가전제품은 못 쓰게 됐고 가재도구는 물에 떠내려갔다.

태풍이 지나간 뒤 마을 전체에 흙과 돌이 쌓여 처음엔 사람이 드나들기조차 어려웠다.

울진군과 자원봉사단체, 육군 50사단 등이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길과 집에 쌓인 흙과 돌을 치웠다.

임씨는 “마을길과 집 주변 흙을 치우는 데에만 15일 걸렸다”고 했다.

눈으로 보이는 곳에는 토사를 걷어냈다고 하지만 다리 아래에는 쌓인 토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개인 집도 복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무너진 담과 허물어진 창고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임씨는 무너진 보일러실 벽과 집안 벽을 수리하느라 거실과 부엌만 이용하고 있었다.

또 다른 주민은 “그동안 식료품 외에는 별로 지원받은 것이 없다”며 “복구도 전부 개인 돈으로 하고 있는데 복구비가 얼마나 지원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이곳도 태풍 때 산 위에서 흙과 돌이 쏟아져 마을길과 집 마당을 뒤덮어 큰 피해를 봤다. 경차는 20여m 아래로 떠내려간 뒤 흙과 돌 속에 파묻혔고 곳곳에서 집 담이 무너졌으며 밭 위로 흙과 돌이 30㎝ 이상 쌓였다.

태풍이 지나간 지 한 달이 되면서 마을길을 덮은 흙과 돌은 모두 빼냈다.

못 쓰게 된 가전제품과 가재도구, 쓰레기를 비롯해 매몰된 경차도 모두 치웠다.

그러나 마을 아래쪽 논에는 여전히 토사가 쌓여 있었고 무너진 다리와 길은 복구 손길이 닿지 않았다.

마당이 돌과 흙으로 메워진 한 집은 토사를 긁어냈지만, 텅 비어 있었다.

한 주민은 “태풍 난 뒤에 집주인이 이사했다”고 전했다.

김모(63)씨는 겨울이 오기 전에 태풍 때 부서진 창틀 수리를 마무리하기 위해 바빴다.

그는 “밭에 흙도 다시 넣어야 하고 더 추워지기 전에 섀시를 해놓아야 한다”며 “담도 무너지고 작년에 새로 산 오토바이도 못 쓰게 돼 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가로·세로 1m 정도인 콘크리트 구조물은 제자리를 벗어나 여기저기 얽혀 있어 태풍 때 불어난 물살 위력을 느끼게 했다.

수산리 해변에는 태풍 ‘미탁’이후 만든 해양쓰레기 집하장이 아직 운영 중이었다.

태풍이 지나간 뒤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갔다가 밀려온 나무줄기와 가지, 뿌리 등이 산을 이루고 있었다.

따로 모아놓은 일반 쓰레기는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많은 비로 송천교 중간 상판이 내려앉아 통행이 금지됐다.

바로 옆에 놓인 옛 송천교는 중간 부분이 떠내려갔다.

옛 송천교는 차가 다니지 않고 사람만 다닐 수 있는 다리로 이용돼 왔다.

영덕군은 차가 돌아서 가도록 안내판을 붙여 놓고 복구를 서두르고 있었다.

태풍 미탁이 지나간 지 한 달이 됐지만 울진과 영덕지역의 복구 시간은 아직도 많이 필요해 보였다.

영덕/박윤식기자·울진/장인설기자

    박윤식·장인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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