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도시에서 관광도시로 거듭난 구미
⑨ 마이스(MICE)산업을 꿈꾸는 구미

구미시 산동면 해바라기 꽃밭.

흔히들 구미시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지녔다고 말한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낙동강과 영남의 명산으로 꼽히는 금오산, 천생산 등이 있기 때문이다. 낙동강은 구미지역 구간의 강 폭이 가장 넓어 수상레저스포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신라불교문화를 대표하는 도리사와 약사암 등의 유적들도 많아 문화와 역사의 도시이기도 하다. 또한 내륙최대의 국가공단이 위치해 한국 산업역사를 이끌어 온 곳이기도 하다. 구미시는 이런 관광자원들을 이용해 산업관광을 활성화시키는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구미가 가진 관광자원들의 면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관광, 산업, 마케팅 전시 등의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어 앞으로 마이스산업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구미의 마이스산업 발전에 대해 알아봤다.

 

美 올란도, 디즈니월드 생기며
연간 4천만명 찾는 도시로 변모
구미, 이미 산업인프라 갖춘데다
낙동강·금오산 등 자원도 풍부

△마이스(MICE)산업이란

고층빌딩, 도심의 화려한 불빛, 관광과 레저, 거대한 전시장, 세계 최고 정상들이 모이는 회의, 역사를 만드는 이벤트 등이 바로 마이스(MICE)산업을 나타내는 말이다. 마이스(MICE)는 Meeting(아이디어와 정보의 교환, 토론, 네트워크 형성 등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회의), Incentive Travel(회사에서 비용의 전체 또는 일부를 부담, 조직 구성원에게 성과에 대한 보상이나 동기부여를 위해 제공하는 여행), Convention(사회적 네트워크 형성, 토론, 정보 교환, 사업 등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국제회의), Exhibition & Event(유통업자, 소비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전문시설에서 마케팅 활동을 하는 전시)의 약자이다.

마이스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는 이유는 엄청난 파급효과 때문이다. 마이스 참가자들은 대부분 회사에서 모든 경비를 지불하기 때문에 가족들을 동반하고 일반 여행자에 비해 더 많이 쓰고, 그 지역의 특성을 파악해 더 많은 것을 보고 즐기려는 특징이 있다. 이렇다보니 그 지역의 숙박, 교통, 관광, 무역, 유통 등의 산업이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지역경제 효과 뿐만 아니라 도시 브랜드 가치도 올릴 수 있다.

금오산 성안마을.
금오산 성안마을.

△작은 농업도시서 글로벌 마이스산업 도시로 성장한 올란도

1970년대까지 감귤 생산이 주요 수입원이었던 미국의 작은 농업 도시 올란도. 지금은 마이스를 통해 연간 4천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도시로 발전했다. 1970년대 세계 최대 테마파크인 디즈니월드가 생기면서 미국 최고의 레저관광휴양지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숙박시설과 쇼핑센터가 함께 들어서게 됐다. 엔터테인먼트 중심지로 시작된 개발에 마이스 개념이 더해지며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로 급부상했다. 레저관광휴양지로 머물수도 있었지만, 다양한 공간을 지닌 호텔들이 들어서면서 모든 종류의 마이스가 가능해졌고, 이를 토대로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시설인 오렌지카운티 컨벤션센터가 생기면서 미국의 대표적인 마이스산업 도시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시행착오와 여러 문제점들도 많았다. 올란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마이스산업에 필요한 인재가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올란도에는 세계적인 대형 호텔들이 들어서고 있었지만, 지역에는 호텔경영 등과 관련된 교육프로그램 하나 없었다. 지역 대학에서는 재정문제로 이를 해결할 수 없었다. 이에 주정부가 디즈니월드와 상의를 했고, 디즈니월드는 일부 부지를 기증하는 방법으로 대학의 재정문제를 해결했다. 이로인해 올란도는 레스토랑, 호텔, 컨벤션, 컨퍼런스 등에 관련된 인재들을 육성할 수 있었고, 마이스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

천생산성 유아숲의 어린이 체험객들.
천생산성 유아숲의 어린이 체험객들.

△가공되지 않은 자연을 지키기 위해 영화제를 만든 일본 유후시

연간 400만명이 찾는 일본의 관광도시, 오이타현 유후시. 온천이 대표적인 관광상품이긴 하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극장이 아닌 야외 스크린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곳, 또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1976년 시작한 ‘유후인 영화제’는 ‘온천’이라는 지역의 관광상품을 알리고자 하는 유후인 마을 사람들과 오이타현의 젊은 시네필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이들의 기획은 성공적이었고, 1989년부터 ‘유후인 어린이영화제(3월)’가 1998년부터는 ‘유후인 문화·기록영화제(6월)’가 추가로 열리면서 유후인은 온천뿐 아니라 영화제 도시로 거듭났다.

유후인 영화제가 특별한 것은 현존하는 가장 낡은 영화제이기 때문이다.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극장 하나 없는 곳이 바로 유후시이다. 이런 곳에서 영화제가 열리는 것도 특이하지만, 학교 운동장 천막 등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이 곳만에서만 즐길 수 있는 영화 관람법으로 자리잡았다. 이 영화제는 가공하지 않은 자연을 그대로 유지하길 소망하는 지역 주민들의 바램을 고스란히 담고 있고 더욱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라는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 영화제에는 지금도 세계 각국의 영화인들이 많은 작품을 출품하고 있다. 유후인 영화제는 마이스산업이 규모가 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빈 운동장과 영화 등의 소재에 네트워크와 마이스가 결합되면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금오산 저수지 풍경.
금오산 저수지 풍경.

△구미와 마이스산업

국내에서는 아직 마이스산업이라고 하면 거대한 컨벤션뷰가 있는 대도시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착각한다. 마이스에서 대형 컨벤션이 하나의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지금의 마이스는 네트워크와 결합으로 더 큰 이익과 효과를 낼 수 있다. 구미에는 마이스의 기본 요소인 관광·레저, 산업, 컨벤션 등의 요소가 이미 갖춰져 있다. 여기에 어떻게 네트워크를 결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미국 올랜도 역시 처음부터 마이스산업과 관련된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마이스산업의 필수요건인 전문인력이 없었다. 문제해결을 위해 주정부와 기업, 대학, 시민들이 함께 나서 해결했다. 일본 유후시의 시민들은 관광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연을 헤치는 개발을 막기 위해 영화인들과 영화제를 만들어 온천관광과 연계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 모든게 바로 네트워크이다. 구미에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낙동강이 있고, 거기에서 매년 수상레저스포츠가 열린다. 사계절 내내 시민들의 사랑 받는 금오산 있다. 문제는 여기에 어떤 네트워크를 연결 할 것인가이다. 한 예로 일본 유후시가 영화제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긴린코’라는 작은 저수지였다. 아름다운 풍광으로 영화제를 보러오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미에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금오산 저수지가 있고,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강동문화복지회관 맞은편에도 작은 저수지가 있다. 강동문화복지회관 맞은편 작은 저수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다면 제2의 긴린코도 가능하지 않을까.

구미는 천혜의 관광자원이 너무나 많고, 인근 대도시와의 교통도 편리하다. 규모가 크지 않은 마이스를 할 수도 있고, 편리한 교통체계를 이용해 대형 마이스까지도 가능한 도시가 바로 구미시다. 구미가 가진 관광자원에 마이스와 네트워크를 접목한다면 구미시는 분명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산업관광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끝>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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