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섭 변호사
박준섭 변호사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교육개혁관계장관회의 결과가 발표됐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2025년도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일괄 일반고로 전환하고, 수시비율이 높은 서울 소재대학은 정시 수능 전형비율을 상향조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벌써부터 서울권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정시 40%선을 맞출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정책방향은 깜깜이로 상징되는 수시입시제도가 불공정하다는 인식에서 기인한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의 수시 뿐만 아니라 정시 입시제도도 모두 불공정하다. 정시는 어릴 때부터 좋은 학원에서 선행과 무한반복으로 연습한 강남의 아이들에게 절대 유리하기 때문이다. 수시의 불공정성은 조국장관 사태에서 얼마나 불공정하게 운영되고 있었는지 국민들이 여실히 확인했다. 수시제도가 그동안 많이 개선됐다지만 깜깜이로 상징되는 불공정성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가 현재의 수시와 정시라는 틀에서 개혁의 방향을 맞추고자 한다면, 오히려 수시의 지방균형, 지역균형선발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강남과 비강남,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나누고 비수도권도 교육우세지역을 나누어 지역균형선발 비율을 획기적으로 70∼80%로 늘리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교육우세지역의 인구가 기존에 성과가 낮은 학교를 찾아 분산될 것이고, 그러면 강남 집값도 상당히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또 지방균형발전에 가장 유효한 정책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학교마다 격차가 있겠지만 차츰 평준화되어 갈 것이다. 실제 지방균형선발로 입학한 학생들이 대학 3, 4학년에 이르면 성취도에 격차가 없다는 보고도 있다. 지방균형 선발도 학교에서 특정학생에게 혜택을 몰아주는 등 불공정 시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를 도입해 국제적 기준으로 엄격하게 내신을 평가하는 방안이 함께 도입되면 이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이 방안은 미래의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는 교육제도개혁도 동시에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상태에서 자사고와 외고를 폐지하는 정부안은 강남쏠림 현상이 심해져 강남 집값은 더 인상될 것이다. 교육부가 강남과 비강남 사이의 실질적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눈감은 채 자사고와 외고 등의 형식적 차이만 보려고 하니 사태가 더 꼬이는 것이다. 외고, 과학고 등 특목고의 문제는 선행학습과 스펙으로 무장된 부유층이 아니라 학습능력은 있으나 가난한 인재들에게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는 학교로 만든다면 전혀 문제가 없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목표는 공정인데도 불구하고 이번 교육개혁의 결과는 대한민국을 강남중심의 더 불공정한 사회로 만들 것이다. 정책목표와 정책시행결과 사이의 불일치가 또 한 번 일어날 것같다. 문재인 행정부는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개혁을 위한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