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경북대 교수·노문학
김규종 경북대 교수·노문학

지난 10월 18일 전남대 ‘김남주 기념홀’에서 ‘영호남 지역담론과 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제1회 영호남 교류 학술대회’가 열렸다. 전남대 박구용 교수,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 황지우 시인과 필자가 발제를 맡았다. 오후 1시 반부터 시작한 학술대회는 5시 20분까지 이어지면서 지역감정과 지역갈등에 대한 다채로운 논의가 오갔다.

남북이 분단된지 70여 년이 흘렀고, 동서분열까지 더해지니 더욱 고약한 노릇이다. 학술대회에서 지역감정을 논의하게 된 원인 제공자는 여러분도 익히 아시는 한국 제1야당 원내대표다. “문재인 정권은 광주일고 정권이고, 서울 구청장 24인 가운데 20명이 광주, 전남북 출신입니다. 우리 부울경 주민들이 뭉쳐서 심판합시다, 여러분!” 이것이 8월 30일 부산에서 열린 자한당 장외집회에서 서울법대 출신 원내대표가 내뱉은 말이다. ‘광주일고, 전라도, 부산, 울산, 경남’으로 요약되는 지역주의 망령이 선거철도 아닌 시점에 발화(發話)된 것이다.

경북대와 전남대는 올해부터 교환교수제를 실행하고 있다. 학생교류에 교수교류를 더해 영호남 교류를 일상화-내실화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일이다. 그 일환으로 필자는 지난 2월 말부터 전남대에 머물고 있다. 5월 초에 이용섭 광주시장의 경북대 강연이, 9월 19일에 권영진 대구시장의 전남대 강연이 있었다. 양교 모두에게 소중한 자산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이와 같은 의미 깊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부울경 주민이 뭉쳐서 심판하자!”는 원색적이고 망국적인 지역갈등 선동발언이 터져 나온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눈부시게 현현하는 21세기에 원시적인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제1야당 원내대표라니. “우리가 남이가?!” 발언은 1992년 12월 11일 대선 직전에 나왔으나, 그들은 꼬리 내리고 어둔 곳에 숨어서 지역감정을 부추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낮 장외집회에서 야당 2인자가 대놓고 지역갈등을 선동한 것이다.

지역갈등 조장과 선동이 분명 이득이 있는 모양이다. 아니고서야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이며 반국가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지역감정을 부추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992년 대선에서 자한당의 선배격인 민자당의 김영삼은 그렇게 우울하게 승리했다.

대선승리의 따뜻하고 화사한 기억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가장 큰 동인(動因)이자 원동력이 아닌가 한다.

‘도덕의 계보학’에서 프리드리히 니체는 주인도덕과 노예도덕을 설파한다. “고귀하고 행복한 자들의 주인도덕은 자신과 외부세계의 긍정에서 생기고, 무력하고 악의적이며 비천한 자들의 노예도덕은 타자와 외부세계의 부정에서 생긴다.” 호남을 ‘타자화’하고, “우리 부울경”의 적대적인 외부세력으로 만든 원내대표의 발언은 문자 그대로 노예도덕의 전형이다.

한국정치는 분단극복에 정진해야 한다. 고착화된 남북분단과 고질적인 동서갈등의 해결이야말로 우리의 시대사적 소명이다. 그것은 누구보다도 정치와 정치인들에게 맡겨져 있다. 주어진 소명을 외면하고,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저들을 어찌하랴?! 영호남의 진정한 교류로 노예도덕에 오염된 자들부터 구해내야 할 판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