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도시에서 관광도시로 거듭난 구미
⑥도시재생으로 구미관광에 활력을(上)

네덜란드, 독일 - 도시재생 전문가 장세용 구미시장이 취임 초 도시재생 사업을 위해 방문한 독일과 네덜란드.

도시재생에 관광을 접목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은 옛것을 새롭게 고쳐 쓰는 것에 한정돼 있지만 폐공장, 오래된 창고, 오래된 도심 등을 리모델링해 카페나 미술관, 문화거리로 조성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산업수도인 구미시도 근대 산업 유산을 이용해 산업관광도시의 외연을 넓히고 있는 지금, 구미의 정체성을 살린 지속가능한 산업관광 도시로의 발돋움이 가능할지, 그 가능성을 살펴봤다.

2023년까지 420억 투입
22만 3천㎡ 규모 주거환경 개선
시민 주도 복합 문화시설 조성
청년 문화·예술콘텐츠 구체화
지역 산업관광과 연계 추진

△도시재생, 관광 트랜드가 되다

최근 국내에서도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많은 광역·기초 자치단체들이 지역 특성에 맞는 도시재생 모델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낡은 구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이 주변 지역에 경제적 파급효과와 더불어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시재생이란 무엇일까. 2013년 제정된 도시재생특별법 제2조는 도시재생을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해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 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정의했다. 즉, 아파트 건설 위주의 개발사업에서 벗어나 낙후된 부도심을 살리고, 여기에 주민들의 삶의 질도 함께 향상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 사는 공간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바로 도시재생의 본질이다. 도시재생을 통해 관광명소로 거듭난 곳들은 생각보다 많은데, 대표적인 예가 서울역 고가를 재생한 ‘서울로 7017’, 폐채석장을 활용한 ‘포천아트밸리’, 폐광 이후 방치됐던 광산동굴을 재생한 ‘광명동굴’, 한옥보존지구로 개발이 묶여있던 ‘익선동’ 등이다. 이곳은 최근 관광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하는 관광지 100선에 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골칫덩어리로 여겨지던 폐공장, 오래된 창고 등이 카페나 미술관으로 바뀌면서 그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뜨고 있다.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고, 지속가능하고, 운영주체만 분명하다면 도시재생이야말로 가장 큰 관광자원임이 틀림없다.

△버려진 섬에서 예술의 섬으로… 일본 ‘나오시마’

일본의 나오시마는 한때 구리제련소로 유명한 지역이었으나 1960년대 이후 경기 침체로 인구마저 줄어들면서 버려진 섬으로 전락했다. 그러다 섬의 낡고 버려진 집들을 예술작품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실천하면서 예술의 섬으로 거듭났다. 섬의 동쪽 혼무라 지역을 중심으로 1998년에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작품들이 마을 곳곳에 위치하고 있어 도보로 마을 곳곳을 둘러볼 수 있도록 조성돼 있다. 빈집을 활용한 카페와 게스트 하우스도 인기를 얻고 있다. 도시재생으로 관광명소로 거듭난 나오시마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주민 참여다. 주민들이 직접 작가들과 협업해 폐가를 작품으로 만들었고, 관광객들에게 직접 작품 설명도 하며, 예술제 기간에는 물품보관소를 운영하는 등 주민들이 주체가 돼 섬을 이끌어가고 있다. 주민 스스로의 변화 분위기는 관광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1992년 방문객이 3만 6천1명이던 것이 2004년 10만 6천958명, 2013년 70만 5천72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현재는 매년 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고, 3년마다 열리는 예술제 기간에는 100만여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 독일 - 도시재생 전문가 장세용 구미시장이 취임 초 도시재생 사업을 위해 방문한 독일과 네덜란드.
네덜란드, 독일 - 도시재생 전문가 장세용 구미시장이 취임 초 도시재생 사업을 위해 방문한 독일과 네덜란드.

△기업의 사회적 가치로 탄생한 ‘로컬라이즈 군산’

국내 민간기업 중 최초로 도시재생에 나선 SK그룹의 에너지 기업 SK E&S가 지원하는 프로젝트 ‘로컬라이즈 군산’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로컬라이즈(Local:Rise)군산은 ‘지역화하다(Localize)’와 ‘떠오르다(Sunrise)’를 조합한 것으로, 군산시의 구도심인 영화동 일대를 문화·관광 중심지로 발전시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현재 23개 소셜 벤처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항구 도시로 번영을 누렸던 군산시가 최근 주력산업인 조선소, 자동차 산업의 침체와 공장폐쇄로 어려움에 직면하자 SK E&S가 그룹의 사회적 가치 기조에 따라 지난해 10월 시작한 것으로, 스웨덴 말뫼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영화동 영화시장 골목길에 위치한 3층 건물을 개조해 로컬라이즈 타운으로 만들어 23개 소셜 벤처기업들이 사용하도록 했다. 이들 23개 소셜 벤처기업들은 ‘문화가 흐르는 관광도시’, ‘모두가 잘 사는 경제도시’, ‘골고루 누리는 행복도시’라는 3가지 테마로 군산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광광객 유입을 목표로 지역의 낡은 공간을 리모델링해 문화·상업 공간을 구축하거나, 지역 특색을 살린 여행상품, 지역 특산품 개발 등 개별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영화동 일대에서 열린 ‘로컬라이즈 군산 UP 페스티벌’에서 ‘군산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이라는 주제로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공유해 큰 관심을 모았다. 국내 최초로 기업의 사회적 가치로 탄생한 ‘로컬라이즈 군산’으로 구도심 영화동 일대가 젊은이들의 거리로 바뀌기 시작했다. 젊은 벤처기업가들의 아이디어가 지역 관광자원과 만나면서 침체된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로컬라이즈 군산’은 도시재생과 관광산업의 새로운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네덜란드, 독일 - 도시재생 전문가 장세용 구미시장이 취임 초 도시재생 사업을 위해 방문한 독일과 네덜란드.
네덜란드, 독일 - 도시재생 전문가 장세용 구미시장이 취임 초 도시재생 사업을 위해 방문한 독일과 네덜란드.

△구미, 도시재생에 관광자원을 녹이다

구미시는 지난해 장세용 시장이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도시재생 사업에 들어갔다. 장 시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도시재생 전문가’로 취임과 더불어 구미시의 도시재생 사업을 체계적으로 진두지휘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구미시 특성에 부합되는 도시재생을 찾기 위해 취임 초기, 관련 공무원들과 독일과 네덜란드를 방문해 도시재생의 의미와 과정, 파급효과에 대해 직접 알아보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시는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뉴딜정책 공모에 원평동 일원 ‘구미(口味)를 당기다’를 주제로 신청한 사업이 최종 선정됐다. 총 사업비 420억 원을 들여 2023년까지 원평동 일원 22만 3천㎡에서 주거환경개선사업과 복합문화전시공연시설 조성 사업 등이 진행된다. 모든 사업이 주민 주도형으로 진행되며, 이 중 청년문화·예술콘텐츠 조성 사업이 구체화되면 산업관광과 연계할 계획이다. 선주원남동의 소규모 재생사업과 금오시장로의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은 지역 특색을 살린 문화행사를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진행하도록 함으로써 도시재생의 의미와 관광자원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앞으로 공단동에도 경제 기반형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할 계획으로 도시재생사업으로 도시 공간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관광 등 도시 생태환경 변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시는 구도심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통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전략을 세우고 세부적인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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