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호 경주취재본부장

한낮의 뙤약볕은 아직도 따가운데 설악산에 올해 가을 들어 첫 얼음이 얼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제 한창 추수 중인 풍성한 가을 들판을 뒤로 하고 대구·경북지역 북동산지에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 춥겠다는 예보가 있다.

수학능력시험이 채 한달도 남지 않은 지금 공부에 열중하는 고3수험생들과 묵묵히 힘든 과정을 함께 견디며 자식들 뒷바라지하는 학부모들에게 목표하는 대학 입학이라는 풍성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하는 과정이라 생각된다.

중장년 세대들의 학창시절과 달리 요즘은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교실 또는 독서실에서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공부하는 요즘 학생들이 뭐가 힘드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힘듦의 잣대는 항상 같을 수 없고 시대마다 사람마다 다 다른 인생의 무게를 지니고 있으니 어른들의 눈으로 가늠하기에도 요새 학생들의 몸과 마음이 우리 때와 많이 다르다. 휴일에도 학업에 매진하는 수험생들을 보면서 쉬엄쉬엄 하라고 말하고 싶지만 모든 것이 때가 있기에 그런 어설픈 위로는 목 뒤로 넘기고 연말에 웃으려면 조금만 더 고생하자고 한다. 어설프게 노력했다가 쓰라린 결과를 얻으면 나이 먹어서도 대학입학시험에 낙방하는 헛꿈을 꾼다고 겁을 주기도 한다.

고3수험생과 같이 경주시민 전체가 올해 연말의 결실을 맺기 위해 매진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맥스터(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추가건설 문제이다. 경주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나라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될 문제이지만 우리 경주는 시기적으로 좀 더 급박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마치 다른 지역은 고2지만 우리는 고3인 것처럼 말이다.

지금 원자력발전소에는 사용후 핵연료가 2021년 11월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포화상태에 이르며 월성원전은 올해 2분기를 기준으로 임시저장시설의 포화율은 건식 96%, 습식 83.13%에 달해 한수원은 월성원전 내 사용후 핵연료 16만8천다발을 임시 저장할 수 있는 맥스터 7기를 건립할수 있는 6천300㎡ 규모의 부지를 확보했다, 그러나 공사착공을 위한 행정절차는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맥스터 7기 건립을 위해 지난 5월 재검토위원회가 발족되었으나 아직 경주시민들의 관심과 중지(衆智)를 모으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면이 많아 보인다. 정부의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 정책에 따르면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의 확충 관련 사항은 지역 실행기구를 구성해 주민 토론회 등 시민 참여형 조사를 거쳐 지역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전달한다.

하지만 첫 단추인 경주시의 지역실행기구 위원 선정에서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니 이제라도 각계각층의 지역 인사들이 좀 더 열심히 활동해 경주시민들에게 많은 정보를 주고 의견을 모으는 노력들을 좀 더 보여주어야 한다. 결론 내려야 할 때를 놓쳐서 재수생처럼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경주시와 시민들, 사업자가 모두 상생하는 방향으로 적기(適期)에 결론이 날 수 있도록 당사자인 한수원은 물론이고 경주시와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좀 더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