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립연극단 ‘전화벨이 울린다’
24∼26일 포항시립중앙아트홀
수화기 너머 감정 노동자의 현실
어쩌면 우리들의 이야기

포항시립연극단 제181회 정기공연 ‘전화벨이 울린다’포스터. /포항시립연극단 제공
포항시립연극단은 제181회 정기공연으로 연극 ‘전화벨이 울린다’(이연주 작·이은준 연출)를 오는 24∼26일 포항시립중앙아트홀에서 선보인다.

연극 ‘전화벨이 울린다’는 콜센터 상담원의 일상을 통해 현대의 생존과 실존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하루에도 수백번, 수만번씩 전화를 받는 감정노동자의 고충을 통해 생존을 위해 살아가면서 그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계층·계급·관계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메시지를 함께 전한다.

콜센터 상담원인 수진이 전화 상담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악몽에 시달리고 감정 조절에 실패하던 중, 고시원 옆방에 사는 연극배우 민규에게 연기를 배우며 가면 쓰는 법에 익숙해져간다. 이때 회사에서 뜻밖의 구조조정 소식이 들려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수진은 요즘 들어 감정을 조절하는 일이 쉽지 않다. 매일같이 반복된 감정 노동에 시달리며, 수화기 너머 지어보이는 ‘가짜 웃음’ 때문에 ‘진짜 웃음’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급기야 자신의 정체성과 삶에 대해 스스로 던지는 실존적인 질문에 혼란스러워한다. 매일밤 화염이 급습한 화재 현장에 혼자 갇힌 채 “아무도 없어요? 저 좀 도와주세요!”를 외치다 벌떡 일어나는 수진은 고시원 옆방 남자의 웅얼거리는 소음 때문에 잠을 설친 탓에 지각의 연속이다. 가뜩이나 늦어서 눈치가 보이는 아침, 팀장이 수진을 불러 모니터링한 고객과의 대화녹음을 들려준다.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는 인사말이 무색하게 대뜸 전화요금이 많이 나왔다며 윽박지르고 다그치는 고객을 향해 수진은 그만 ‘음소거’ 버튼을 누르지 않은 상태에서 “아, ×새끼…. 아침부터 왜 소리 지르고 지랄이야!”며 욕을 내뱉고 만다. 전화상담 수년 차임에도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팀장의 꾸짖음에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는데….

연극 ‘전화벨이 울린다’는 2016년 서울연극센터 유망예술지원사업인 ‘뉴스테이지’에 선정돼 2017년 서울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선보였던 초연에서는 많은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3월엔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재공연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서울 대학로에서 연출가로써 입지를 굳히고 있는 이은준 연출자가 연출을 맡아 섬세하고 밀도 있는 짜임새로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은준 연출자는 “콜센터 직원들의 일상이야기지만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라며 “어쩌면 우리 모두는 밝은 목소리 뒤에서 입술을 깨무는 콜센터 직원일지도 모른다, 공연을 통해 느낀 마음 속 파문이 극장 밖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증폭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하지희, 김용운, 김나윤, 이원욱, 김용화, 윤주미, 김순남, 권수정, 최현아, 김민철, 정구익, 장희랑 등 15명이 출연한다. 공연시간 24, 25일 오후 7시30분, 26일 오후 4시. 입장료는 5천원이며, 단체 20인 이상과 복지할인은 3천원으로 예매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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