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도심지 사행성게임장 가 보니
시간당 40만원 투입하는 게임기
50대 앞에 현금 든 수십명 빼곡
수백만원 잃은 고객 하소연 터져
수수료 10% 떼는 불법 환전도
경찰단속 피하려 메뚜기식 영업
도심 한복판서 버젓이 불법 성행

지난 19일 오후 8시 20분께 안동시 운흥동 도심 한복판 대로변의 한 건물. 이 건물 앞에는 빼곡히 들어선 차량으로 주차할 공간도 없었다. 건물 2층으로 올라가는 통로 좌측 벽에 설치된 테니스공만 한 감시카메라가 작동 중이다.

출입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잠긴 문이 열렸고 한 종업원이 “어서 오세요”라며 신원 확인 없어 일단 무사히 통과했다. 담배 연기 자욱한 170㎡(50여 평) 남짓한 건물 내 공간에는 벽면을 따라 총 50대의 게임기가 설치돼 있었고, 약 30여 명의 고객이 1만원권 다발을 한 손 가득 쥔 채 화면을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었다. 역시나 불법 사행성게임장이었다.

외부인 차단을 위해 고객들에겐 음료, 식사는 물론 담배까지 무료다. 40대 초반의 업주를 비롯해 아르바이트 직원, 환전 담당자 등 3명 이상이 역할분담을 맡고 있었다.

빈자리 하나를 차지한 뒤 게임기 투입구로 1만원권 지폐를 넣자마자 음악과 함께 화면엔 바다 속 풍경이 잇따라 나타났다. 그러나 1만원이 모두 소진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3분 50초 가량. 1시간이면 16만원까지 넣을수 있도록 제작된 신종 불법 사행성게임기로 추정된다. 오전 11시부터 자정 넘어 다음날 오전 2시까지 15시간 동안 운영 중인 이곳에서 50대 게임기가 모두 가동되면 하루에 1억 2천만원까지 ‘현금 매상’을 올릴 수 있다. 돈을 많이 잃어 조바심이 난 고객을 위해 게임기 조작에 따라 ‘대박’ 당첨을 위해 시간당 최대 40만원까지 투입도 가능하다.

40여 분이 지났을 시점. “부처다. 부처!” 한 고객이 100만원 상당의 점수를 알릴 ‘예시’가 나오자 게임장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20여 명 고객이 해당 주인공의 주위에 모여들어 부러운 눈으로 화면을 바라본다.

“거보세요. ○○번 기기 손님이 방금 초대박을 잡았어요. 꾸준히 투자하면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40대 직원이 매장을 돌며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또 다른 직원은 경찰 단속을 대비해 1시간 단위로 50대의 게임기에 투입된 현금을 일사불란하게 수거해 갔다.

불법 환전도 현장에서 수월하게 이뤄진다. 이날 취재 기자가 실제 2대의 게임기를 운영한 비용은 36만원. 1시간 뒤 종업원에게 점수를 정산해 줄 것을 요구했더니 한 직원이 비밀방을 알려준 뒤 음료 상자에 든 현금을 찾아가라고 했다. 상자 안엔 10% 수수료를 뗀 현금 9만원이 들어 있었다. 1시간만에 27만원을 잃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백만 원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고객의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아예 게임장 인근에 여관을 잡아 놓고 이곳을 이용 중인 A씨(49)는 이날 기준 게임기와 맞서 사투를 벌였지만 3일 만에 500여만 원을 잃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B씨(53)의 경우 “잠을 잘 때도 게임 소리에 환청이 들릴 정도다. 잃은 돈이 많아 이젠 게임장을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며 농작물 수확철이지만 잃어버린 돈을 되찾기 위해 이곳을 떠나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았다.

해당 불법사행성게임장 업주는 외지인, 현지인 등 3∼4명이 동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들의 따르면 이들은 앞서 수개월 전 경북도청 이전지 근처에서 게임장을 운영하다 지난달 초순 용상동 주택가로 옮기는 등 경찰의 단속에 대비해 이른바 ‘메뚜기식’ 이동 경영을 하고 있다.

한 고객은 “주택가에서 게임장이 성업 중일 때 경찰이 두 번이나 왔다 갔지만 별 탈이 없었다”며 “다시 업장을 옮긴 곳이 지금의 장소이고, 많은 시민들이 버젓이 드나들고 있는데도 당국의 단속에 걸리지 않는다는게 신기하다”고 귀띔했다. 안동/손병현기자

    손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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