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도시에서 관광도시로 거듭난 구미
④ 폐산업시설을 문화시설로 탈바꿈 시켜라

구미 ‘아트페어 ’
구미 ‘아트페어 ’

산업의 역사가 오래될수록 폐산업시설로 인한 고충도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선진 산업국가들이 앞다퉈 폐산업시설을 문화시설로 탈바꿈시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구미공단 50주년을 맞은 구미시도 늘어가는 폐산업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 산업관광 자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폐산업시설을 활용한 사례와 성공 방안에 대해 알아봤다.

 

시민 중심 예술축제 ‘아트페어’
공단 유휴지 활용으로 높은 평가
금오시장 내 ‘웹툰 캠퍼스’ 조성
음악체험 연계 ‘음악창작소’ 추진

△폐산업시설의 재생

폐산업시설 재생의 본연의 목적은 건물이 갖고 있던 장소성과 역사성은 그대로 담아내면서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데 있다. 건물을 완전히 헐어버리는 대신 외관을 유지한 채, 내부 보수작업을 통해 옛 산업시설의 흔적을 남겨 하나의 건축물이 쌓아올렸던 장소성과 역사성을 보존하는 것이다. 이는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장소성과 역사성이 본연의 효용가치성과도 큰 관계가 있기 때문으로, 이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건 재생이 아니라 단순한 건물 재활용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건축물이 가진 장소성과 역사성에 대한 고민을 녹여내기란 그리 쉽지 않다. 장소성과 역사성을 무시해 실패한 경우는 허다하다. 장소성, 역사성에 대한 고민 없이 전시실을 확보하는데 급급했거나, 문화재생 목표 수립보다 건물 리모델링을 선행했거나, 사업을 주관하는 업체와 문화재생계획의 특성이 맞지 않은 경우다. 이러한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국내에서도 폐산업시설을 문화시설로 활용해 성공하는 사례가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전주 ‘팔복예술공장’
전주 ‘팔복예술공장’

△지역과 함께하는 전주 ‘팔복예술공장’

전주시 팔복동에 위치한 팔복예술공장은 25년 전 문을 닫은 카세트공장에 예술의 힘을 불어넣어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공간이다. 지난해 3월 23일 정식 개관해 1층에는 작가들이 입주한 창작스튜디오와 사무실, 지역주민들이 운영하는 카페로, 2층에는 다양한 형태의 전시장과 교육공간으로, 옥상에는 다양한 행사가 가능한 놀이터로 구성했다. 이곳에서는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지역주민에게는 문화활동과 예술교육을 제공한다. 또 예술가와 기업, 주민 간의 지역공동체 형성을 돕는다. 팔복예술공장의 가장 큰 특징은 장소성, 역사성을 그대로 살렸다는 점이다. 팔복동은 1970∼80년대 전주를 먹여 살렸다고 할 만큼 공장이 많아 1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이곳에서 일했지만, 산업이 쇠퇴하면서 기업과 노동자들도 떠나면서 전주 변방의 주목받지 못하는 동네가 됐다. 전주시는 팔복동이 가진 과거의 기억을 보존하고 그것이 현재로 어떻게 변환이 되는지를 보여야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진정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 예술공장을 설립을 추진했다. 또 설립 당시 전주 중심가에서 멀다는 이유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일부의 지적을, 전주 IC에서 가장 가까운 동네로 전주를 찾는 외지인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라는 팔복예술공장만의 장점으로 만들어 내세웠다. 전주시와 지역예술가, 지역주민들의 노력으로 팔복예술공장은 정식 개관 보름 만에 2천500여 명의 방문자를 기록하며 전주시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포항 ‘나루터 문화놀이 창고’ 영상미영화제 모습
포항 ‘나루터 문화놀이 창고’ 영상미영화제 모습

△어업인들의 땀과 삶의 철학을 간직한 포항 ‘나루터 문화놀이 창고’

포항 동빈내항의 역사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구 포항수협 냉동창고가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됐다. 구 포항수협 냉동창고는 1969년 1월 11일 건립돼 수산물 저장과 얼음창고로 사용되다 1997년 12월 31일 포항수협이 대신지점 청사로 이전하면서 빈 공간으로 남아있던 것을 포항시가 지난 6월 매입했다. 포항시는 이 건물을 어업인들의 땀과 삶의 철학이 담긴 공간의 장소성, 역사성을 살리고 창의성을 융합해 복합 문화거점 공간인 ‘나루터 문화놀이 창고’로 만들었다. 특히, 지난 9월에는 나루터 문화놀이 창고 개방과 2019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을 연계해 설치미술 ‘동빈내항 샹들리에’, 예술강사의 아틀리에, 클래식 공연 ‘가을낭만’, 예술컨퍼런스 캬바레, 영상미영화제, 환대의 식탁, 월드 버스킹, 축제워크숍, 도시와 문화공간을 잇는 국제콜로키움 개최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또 오는 12월까지 문화적 장소 가치를 재생하기 위한 워크숍, 청년 및 예술가들의 ‘실험적 실험’ 등 임의적 활용을 통해 공간 조성의 타당성도 확보할 방침이다.

구미 ‘아트페어 ’
구미 ‘아트페어 ’

△구미공단 50주년기념 아트페어에서 가능성을 찾다

그동안 폐산업시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구미시가 공단 50주년 기념행사로 마련된 아트페어(ART FAIR)에서 그 가능성을 찾기 시작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와 한국미술협회 구미지부가 공동으로 준비한 아트페어는 지난달 18일부터 22일까지 구미 보세장치장에서 ‘구미의 미래를 그리다’를 주제로 산업과 예술을 접목한 전국 최초의 지역 예술인과 기업, 시민 중심의 예술축제다. 특히, 산업단지 내 유휴공간을 활용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행사가 열린 보세장치장은 산단공이 입주기업의 수출입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1980년 1월 준공한 특수창고로 연면적 2천92㎡ 규모다. 준공 후 산단공이 직접 운영을 하다 2000년 7월부터 2015년 6월까지 민간위탁으로 운영했으며, 이후 공단 사업 대상 후보지로 선정돼 현재까지 빈 공간으로 남아있었다. 80년대 초 수출에 주력했던 한국경제와 구미공단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그대로 간직한 보세장치장에서 아트페어를 개최함으로써 구미 시민들에게 옛 추억과 함께 현대 미술의 아름다움을 선사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아트페어에는 전국 각지에서 참여한 작가 226명(개인전 116명, 단체전 110명)이 회화, 조각, 도자기, 공예, 서예 등 총 1천462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 중 80여 점은 현장에서 판매되기도 했다. 또 도슨트(전시설명) 투어, 시민과 함께 하는 아트챌린지 등 다양한 부대행사로 하루 약 1천여 명의 관람객을 불러 모았다. 이에 산단공은 앞으로도 산업단지 내 유휴공간, 공장 등을 활용한 찾아가는 미술관, 근로자들을 위한 문화예술특강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구미시, 예술·문화콘텐츠를 체험형 관광상품으로

구미시는 시민들에게 예술 창작활동 공간과 문화 콘텐츠 체험을 제공함과 동시에 이를 체험형 관광상품으로 연계하는 사업들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우선적으로 공모사업인 웹툰캠퍼스, 음악창작소를 내년도에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웹툰캠퍼스는 총 사업비 7억 9천만 원으로 금오시장 내 상가를 리모델링해 작가입주시설, 기업입주시설, 교육장, 전시실, 회의실, 탕비실 등과 창작 장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정규과정과 특강, 멘토링, 피칭데이, 국제교류 등을 통해 콘텐츠 산업 활성화와 더불어 체험형 관광상품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 음악창작소는 20억 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시설에 녹음스튜디오, 연습실, 야외 음악체험장을 만들어 전문음악인을 지원하고 일반시민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조성해 음악체험 관광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영상·라디오 스튜디오, 녹음실, 상영관, 체험관 등의 시설을 갖춘 영상미디어센터를 조성해 급변하는 미디어 생태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시민들이 참여적이고 창조적인 미디어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구미시가 내년부터 추진하는 예술·문화콘텐츠 조성 사업들이 대부분 체험형 사업으로 구성돼 관광상품으로 연계될 경우 구미 관광산업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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