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청와대와 여당에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고를 일괄폐지하는 안을 제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육계의 찬반 논쟁은 물론 또 한차례 진영대결 조짐마저 얼비친다. 자사고·외고 폐지는 우수 학생이 서울 강남구, 목동 같은 ‘교육 특구’로 몰리면서 지방의 고등학교가 황폐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수월성과 다양성 교육이 필요한 글로벌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조령모개(朝令暮改)식 정책추진 행태가 매우 위태롭다.

당·정·청이 검토 중인 ‘시행령 개정을 통한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 계획은 진보교육감들의 ‘일괄 폐지’ 목소리를 받아들인 것으로 읽힌다. 올해의 경우 전국 42개 자사고 중 24곳이 평가를 받았고, 10곳은 지정 취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반발하는 해당 학교·재학생·동문·학부모·지역사회의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확정판결 때까지 최대 3년까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다.

‘일괄 폐지’를 요구하는 교육단체나 교육감들의 견해에도 일리는 있다. 실제로 자사고는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 기회균등의 가치를 일부 훼손하고 외고·국제고도 설립 목적과 달리 명문대 진학, 특권 대물림의 통로가 된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자사고·외고 일괄 폐지가 공교육 개선 효과로 곧 이어질 것이라는 단편적인 기대는 신실하지 못하다. 고교학점제와 내신성취평가제 따위의 보완책이 ‘고교 서열화’를 비롯한 파생 문제들을 당장 해소할 것이라는 주장 또한 믿을 만한 근거가 희박하다. 자사고·외고의 폐지가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기는커녕 ‘하향 평준화’ 부작용으로 귀결될 것이란 걱정도 만만찮다. 자원이라고는 ‘인적자원’밖에 없는 나라에서 ‘평준화’가 합당한 발상인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5년짜리 정부가 이 같은 중차대한 일을 왜 성급하게 밀어붙이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경쟁이 없는 곳에는 결코 경쟁력이 생기지 않는다.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31조1)고 천명한 헌법의 ‘균등 교육’만 보고 전제된 ‘능력에 따라’를 의도적으로 빠트려 놓는 건 옳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