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훈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
이창훈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

대구경북지역의 최대 현안의 하나인 통합신공항 이전 후보지 선정이 겉돌고 있다. 지역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카드 패만 돌리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대구경북민의 미래가 걸린 문제를 대구시와 경북도 등 상위 지자체가 의성군과 군위군의 지역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채 섣불리 끌고가려다 불거진 지역 리더십의 위기로도 볼수 있다. 즉 지역의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중대 현안을 연내 부지 선정이라는 작은 목표에 쫓겨 섣부른 합의를 하고 반발이 나오자 다시 뒤집는 과정이 수차례 반복되고 있다. 시도지사가 해당 지역 군수와 허심탄회하게 4자회동을 거쳐 현안을 논의하는 것이야 말로 바람직하다.

그러나 군위군수와 의성군수는 지역민의 민심이나 의사를 수렴하는 사전 내부절차가 없었다. 이런 선행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방안부터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받으면 어떻게 하고 아니면 또 저렇게 한다는 방식이 수차례 반복됐다. 통합신공항은 군위와 의성군에 터를 잡는 것이지만 대구경북 전체 시도민이 이용하는 관문이 될 것이므로 여러 이해 당사자의 의사도 필요하지만 배제됐다.

이런 점을 감안한 주도면밀한 설계나 합리적 논의 없이 ‘현인’ 4명이 플라톤식 철인(哲人)정치를 보여주려다 화를 좌초했다고 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번에는 대구경북민 여론조사를 반영한다고 조항을 또 추가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나 뒤늦게 일을 키우고 있다는 인상마저 든다. 두 지역 주민투표율과 찬성률, 전체 시도민의 여론조사 비율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도 결정짓지 않았다.‘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군위와 의성도 처음부터 너무 지역의 이기주의 세력에 이리저리 휘둘려 대승적인 소신행정을 펼치지 못한 점에도 시선이 곱지 않다. 다선의 단체장이 보여줘야 할 경륜이라고는 찾아볼수 없다. 챗바퀴를 돌다 결국에는 국방부가 제시한 안으로 원점회귀하면서 지방자치를 부르짖는 명분마저 민망하게 만들고 말았다.

통합신공항이 제대로 이전하려면 ‘일정을 역산, 험로가 예상된다고 더 이상 갈지자 행보가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군위 의성 두 지역의 여론수렴과 함께 이번에 제시한 방안을 정교하게 가다듬어 마지막이란 각오로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역사적인 책무를 안게 됐다. 입지선정이 이렇게 꼬인 것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내년도 총선을 의식해 충분히 숙의된 큰 대안없이 지나치게 졸속행정을 펼쳤다는 일부의 우려를 흘려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총선 후에는 사업의 속도가 더딜 것으로 판단, 충분한 사전 논의없이 너무 성급하게 밀어붙인 결과라는 소리다.

공항실무진들도 좀 더 매끄럽게 시장과 지사의 소신행정을 뒷받침해야 한다. 언론을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시도민의 큰 관심사항은 미리 언론에 고지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추후 결과를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공개행정이 필요하다.

공개적이고 투명한 행정은 시도민 의 지지를 끌어내는 행정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