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지난주 세계은행은 “글로벌 가치사슬시대의 개발을 위한 무역”이라는 제목의 ‘세계개발보고서 2020(World Development Report 2020)’을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서는 개발도상국이 고용확대와 소득증대 등을 동반하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선진국들과의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에 참가하여야만 무역 확대와 더불어 성장을 촉진하는 변화를 가속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어느 특정 국가나 지역이 자체적인 순환경제만으로는 성장이나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면에서 포항 지역 경제는 우리나라 고도 성장기에 건설, 자동차, 조선 등 수많은 성장산업들과 연계된 국내 가치사슬의 한축을 담당하면서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 왔다. 그러한 가치사슬에 동참함으로써 지금 포항지역 주민소득은 전국 지자체별 평균소득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다만 2000년대 이후 가속화되기 시작한 자동차 공장 등의 해외이전 등 여파로 포항과 연결되었던 국내의 공급사슬 또는 가치사슬이 매우 느슨해져 지역경제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적어도 지역 철강과 연계된 국내 가치사슬의 성장 동력 약화를 보완할 수 있도록 포항은 지역 자체의 철강생태계 조성에 더욱 힘써야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마침 그동안 경북도와 포항시가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과 함께 추진해왔던 안전로봇실증센터가 10월 17일 개소된다. 이 센터는 포항경제의 새로운 돌파구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된다. 하지만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2013년 9월 한국로봇융합연구원과 공동으로 지역의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한 지 만 6년이 지났지만 당시에 제기되던 정책과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실정이다. 포항이 로봇산업의 핵심 연구기관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로봇산업의 불모지나 마찬가지인 것은 로봇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어야하는 특징 때문이며, 그나마 이를 뒷받침하는 공공수요도 개발 이후의 상용화가 아닌 개발 자체에 목표를 두는 단발적인 사업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경제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야할 최대의 과제는 비록 일회성의 단발적인 공공수요라고 할지라도 해외의 공공수요를 추가로 개척하거나, 개발된 기술이 민간수요로 원만히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번에 문을 여는 안전로봇실증센터는 앞으로 포항 로봇산업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일례로 영일만대교를 건설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수중건설로봇, 해양탐사 등에 활용할 수중안전로봇 등 실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로봇기술들은 많다. 세계은행이 지적한 것처럼 한 지역이 모든 것을 끌어안을 필요도 없다. 국내 안전로봇의 공공수요가 부족하면 영일만항의 주요 기착항인 동남아시아 등지의 정책당국과 협의하여 포항발 안전로봇의 가치사슬을 확장시키는 전략도 필요하다. 그러기에 앞으로 영일만항 배후단지에 자리잡게 된 실증센터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가야만 한다. 부디 실증센터의 개소를 계기로 포항 경제가 새로운 가치사슬을 엮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