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높이 무시하고 ‘불통’ 일관… 거수기 여당도 반성을
정치권, 진영논리 집착 구태 벗어 던지고 환골탈태 급선무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던 ‘조국 대란’이 주인공인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진사퇴로 막을 내렸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장관 지명과 임명권자의 아집이 얼마나 많은 국론분열과 국력 낭비를 초래하는지를 절절히 깨달았다. 수많은 국민을 길거리로 내몬 정치권과 이성을 마비시키는 선동정치의 해악이 얼마나 고약한지도 생생하게 체험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분란이었나 한탄이 쏟아질 지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오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와 관련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서 “검찰개혁 방안의 결정 과정에 검찰이 참여함으로써 검찰이 개혁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개혁의 주체가 된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는 다소 궁색한 평가를 덧붙였다.

온 국민이 ‘조국 블랙홀’에 빠져들어 도무지 헤어나지 못했던 이번 사태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심각한 ‘불통’ 모습을 보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 아울러 대통령으로 하여금 그릇된 판단을 거듭하게 한 청와대 참모들과 직언 한번 제대로 못 하고 거수기 노릇에만 맴돈 집권 여당도 맹렬히 반성해야 한다.

조국 장관의 사퇴와 문 대통령의 사과를 이끌어낸 것은 결국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 대한 민심의 급락이었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41.4%의 최저점을 찍었고, 부정 평가는 56.1%까지 치솟았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도(35.3%)는 자유한국당(34.4%)과 불과 0.9% 차이 박빙으로 나타났다. 경제와 안보, 외교에서 형편없는 성적표를 받아온 문재인 정권의 실패는 집권 초기부터 고공행진을 거듭해온 국민지지를 겸손하게 받잡지 못하고 오만의 늪에 빠진 것이 원인이다.

이번 ‘조국 대란’은 그 패착의 결정판이었다. 조국의 가족을 중심으로 폭로된 온갖 편법·불법 양태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 대통령의 취임 맹세와 완전히 정반대였다. 국민은 분노했지만, 정권과 집권당은 ‘정의와 불의’에 대한 논란을 진영논리의 천박한 계곡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조국 반대’의 순수한 민심을 ‘검찰개혁 반대’로 몰아 가두려는 음모는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지금부터가 문제다. 찢어지고 갈라진 민심을 어떻게 통합해가느냐가 최우선 과제다. 정치권에서부터 건강한 토론을 통한 양보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이 철저히 준수돼야 한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온갖 술수와 무책임한 포퓰리즘으로 건전한 국민의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구태를 연출해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겸허한 자세가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다. 좀처럼 나라를 못 살리고 있는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고도 정신을 못 차린다면 나라의 운명은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지고 말 것이다.

야당의 역할 또한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조국 대란’을 사필귀정(事必歸正)으로 이끌어낸 것은 민심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이 이 상황을 곡해해서는 안 된다. 유능한 정책 정당, 확실한 비전을 갖춘 대안 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한 민심은 끝내 머물지 않는다는 엄중한 진실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안재휘 논설위원 ajh-777@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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