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는 조국 장관이 법무부 장관의 직책을 수행하는 것이 온당한지에 대한 새로운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직무 관련성’ 여부를 묻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공무원 행동강령 집행을 총괄하는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이해충돌로 볼 수 있으며 직무 배제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낸 박 위원장은 조 장관과 함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했다.

상피제(相避制)는 일정한 범위 내의 친족간에 동일 관사(官司)나 또는 통속관계에 있는 관사에 취임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인정(人情)에 따른 권력의 집중을 막기 위해 시행된 이 제도는 우리 역사에서 신라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의 상피제는 1092년(선종 9) 때 오복친제(五服親制)에 바탕을 두고 실시되었고, 조선 시대에는 세종대왕 대에 완비돼 시행됐다.

국감장에서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이해충돌 내지 직무 관련성이 있을 때는 신고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무배제 내지 일시중지 처분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법무부가 검찰청과 기관이 달라서 신고 의무가 없다고 하지만, 권익위는 기관을 달리한다고 직무 관련자에서 배제되지는 않는다고 판단을 내렸다”고도 했다. 기관이 달라서 이해충돌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법무부의 유권해석은 해괴한 궤변임을 질타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무부 장관에게 엄연히 검찰 지휘권이 있는 데다 조 장관은 취임 이후 이해충돌로 의심받을 만한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자신이 발표한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검사에 대한 감찰권 강화, 검사의 내·외부 파견 최소화 등이 모두 ‘이해충돌’에서 자유롭지 못한 문제들이다.

실제로 조 장관 취임 직후 법무부 간부들은 아예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수사팀을 제안한 적도 있지 않은가. 21세기 대한민국 정부가 상피제의 지혜를 채택했던 까마득한 옛날 신라조정보다 못한 정부가 돼서야 말이 되나. 우리 선조들이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더라도 애써 피해갔던 불의(不義)한 길 위에 서서 지휘봉을 휘두르는 조국 장관의 언행이야말로 뻔뻔함의 극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