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나우웬 박사를 아시지요? 하버드 대학교수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경력의 정점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토론토 장애인 공동체에 들어가 남은 생애를 약자를 위한 섬김의 삶을 실천했습니다. 이 시대의 스승 가운데 한 분입니다. 그는 겟세마니 수도원을 방문해 토머스 머튼을 딱 한 번 만나는 경험을 합니다. 그 만남은 헨리 나우웬에게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기지요. 토머스 머튼을 자신의 스승으로 삼습니다.

작년 겨울 토머스 머튼이 쓴 ‘칠층산’을 읽으면서 저는 죽비로 등짝을 호되게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이들은 새벽 2시 첫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저녁의 삶을 극도로 절제합니다. 하루는 머튼이 감기 몸살 기운이 있어서 늦잠을 잤습니다. 문득 깨어보니 시간이 새벽 2시를 넘은 시각. 아픈 몸을 이끌고 갑니다. 새벽 3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요. “늦잠을 자고 말았습니다.” 고백합니다.

칠층산은 제법 두꺼운 책입니다.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음미하면서 읽고, 토머스 머튼의 성장 과정에서 읽은 책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해서 후다닥 읽고 던지기가 아까운 책이었지요. 이제 그 책을 읽고 난 후 1년이 넘었습니다. 아직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은 토머스 머튼이 늦잠을 자고 새벽 3시에 첫 미사를 드리러 가는 장면입니다.

‘칠층산’을 읽은 후 저의 새벽이 달라졌습니다. 저녁의 달콤한 삶을 포기하고 새벽에 클북에 나와 하루를 시작하는 글쓰기 루틴을 만든 것도 모두 토머스 머튼의 자극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는 죽어서도 책으로 후배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온갖 좋은 책과 훌륭한 리더들이 여기저기 빛나는 시대입니다. 훌륭한 스승들은 삶으로 우리를 일깨우지요. 그들의 수사와 현란한 말씀이 아니라, 눈빛과 표정 삶의 궤적으로 말을 걸어옵니다. 이런 스승을 곁에 둘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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