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찬 칼럼니스트·전 경북도의회 의원

지방자치 제도가 주민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실시되고 있지만 그 목적에 맞게 잘 실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든다. 아직도 중앙정치 위주라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방자치학자들은 정부의 입맛대로, 중앙정치의 손아귀에서 겉돌고 있다는 표현을 할 만큼 부정적이다. 심지어 ‘빛 좋은 개살구’ 또는 ‘모양만 지방자치’라는 말로 빗대고 있다. 특히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에 대한 문제 지적이 많다. 정당이나 지역구 국회의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지방자치의 발전을 가로막는 방해물로 인식되고 있다.

필자는 기초·광역의원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지방자치 첫 기초의원을 지냈다. 그때는 정당공천제가 아니어서 주민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고 지역개발에만 전념하면 됐다. 하지만 정당공천제가 도입된 이후 주민을 위한 의정활동은 어려워졌다. 그래서 필자는 기초자치단체의 정당공천은 득보다는 폐해가 더 많다고 늘 주장해왔다.

지난 2일 대구 동구의회에서 기습처리한 의장불신임안 의결 소식을 듣고 우려하던 바가 그대로 적중됐으니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주민이 중심이 돼야할 기초의회가 정당간 싸움판이 되고, 정당 논리에 의해 상대당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건을 제출하고, 의장은 의장불신임안 취소소송을 내는 등 법정싸움으로 비화됐다.

의장불신임 근거는 지방자치법 제55조 제1항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지방의회의 의장이나 부의장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하면 지방의회는 불신임을 의결할 수 있다. 동구의회는 정원이 16명이지만, 지난 8월에 자유한국당 의원 2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자격이 상실됨에 따라 현재 더불어민주당 7명, 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1명 등 총 14명으로 구성돼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 7명과 합세한 바른미래당 소속 1명 등 8명이 수적 우세를 내세워 전반기 의장인 한국당 출신 의장에 대해 불신임안을 제출해 기습적으로 통과시켰다. 불신임안이 발의된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통과시킨 예는 찾아볼 수가 없다. 또 범죄사건에 연루된 내용이 아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유를 들어 의장을 불신임한 것은 전국에서 동구의회가 처음이어서 논란과 파장이 클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불신임 의결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그 의결이 법적으로 적합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불신임 사유에 대한 의장의 반론도 있고, 그 문제가 취소소송으로 이어져 현재 법적문제로 비화됐기 때문이다. 필자는 동구의회 의장과 일면식이 없다. 하지만 필자가 의정활동을 경험해본 바로는 기초의회는 주민이 우선이어야지 상대당과 정쟁을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어서는 안된다.

지역 여론이나 들리는 바에 의하면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참에 의장직을 가지자는 의도로 보여지고, 해임된 의장의 입장이 억울하다고 편드는 주민도 많다고 한다. 이는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의원이 제기했던 불신임사유 가운데, 잘못된 내용이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규정과 행정안전부 답변에 비춰 볼 때에 불신임 사유가 명백히 사실에 반하고, 또 의사운영과정에서 결정권을 가지는 의장이 전체 의원의 의사를 타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해가 생길 수 있으며, 보는 편에 따라서 각각 정당성을 가지는 것으로 어디까지나 논쟁이지 명확한 위법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즉 사유를 갖다 붙여서 수적 우세로 밀어붙이면 되니 이현령비현령이 아닌가.

지방자치가 중앙정치를 닮아 정쟁을 하고, 의원 숫자를 앞세워 적당한 구실을 붙여 마치 인민재판식으로 몰아붙여 의장의 자리를 박탈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동구의회에서 발생된 의장불신임 건은 주민편의와 지역발전에 힘써야할 기초의원들이 중앙정치의 폐습을 배워 파벌정치를 하는 데서 발단이 된 것으로 필자는 판단하며, 우격다짐의 정쟁을 우려하는 바다.

지방자치의 이념이 무엇인가? 첫째도 주민을 위한 것이요, 마지막도 주민을 위한 것이다. 정당 의원끼리 단합해 상대당을 끌어내리려하는 것은 기초의회에 정당공천제가 개입됨으로써 일어난 불상사다.동구의회는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세를 과시하려했던 의도적인 권력쟁탈전이지, 주민을 위해 행동한 것은 분명 아닐진대 정쟁을 일삼는 이런 사회는 바람직한 게 아니다. 전직의원으로서 동구의회 의장불신임 사건을 보는 마음이 한없이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