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인물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세상과 단절한 경험입니다.

무작정 저 높은 고지를 향해 돌격하는 삶이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멈춤의 시간이 생의 한복판에 존재합니다. 텅 빈 공간. 그 안에서 마음껏 사유하고 자신을 돌아보고 진짜 나를 만나 앞으로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 시간을 충만하게 누립니다.

교부들 가운데 사막으로 나간 구도자들이 많았습니다. 세상과 단절하고 오직 신과 자신을 만나기 위해 가장 열악한 환경인 사막으로 들어가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교부 안토니우스입니다. 그는 사막에 들어가 20년을 씨름합니다. 고독하고 팍팍한 사막의 한가운데서 홀로서기를 시도합니다. 안토니우스는 지혜와 능력, 인격과 사랑을 갖춘 현자로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기적이 일어나지요. 그를 만난 사람들은 더 이상 예전처럼 살지 않습니다. 안토니우스를 한 번 만나는 경험만으로도 삶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해마다 한 번씩 정기적으로 안토니우스를 찾아오는 제자 세 사람이 있었습니다. 두 제자는 1년에 한 번 스승을 만나는 기회라 잠시도 스승을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묻고 대화하고 무어라도 하나 더 배워 가려고 애를 씁니다. 그런데 유독 한 제자는 말이 없습니다. 첫해, 둘째 해도 그랬습니다. 해마다 그 제자는 말이 없이 조용히 방문했다가 아무 말 없이 다시 돌아가지요. 몇 년을 거듭한 후 한 번은 안토니우스가 제자에게 묻습니다.

“형제님은 해마다 저를 찾으시지만, 한 번도 제게 묻지 않으시는군요. 혹시 어떤 이유라도 있으신지?”

제자는 대답합니다. “스승님을 뵙는 것으로 족합니다. 스승님의 얼굴을 보고 하루 종일 함께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저는 1년 동안을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난초 향은 하룻밤 잠을 깨우고 좋은 스승은 평생의 잠을 깨운다는 공자의 말씀을 떠올립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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