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이 고통스러운 난리 북새통이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남는 장사’인가보다. ‘조국 사퇴’와 ‘조국 수호’를 부르짖는 군중이 연일 대규모 군중을 동원하는 소모전이 지속되고 있다. 온 국민 가슴에 느닷없이 불 질러놓고도 굳이 ‘국론 분열’이 아니라는 대통령의 야릇한 화법에 소화불량이 도진 국민이 한둘이 아닐 성싶다. 지도층은 물론이거니와, 이렇게 많은 국민이 ‘정의’와 ‘불의’의 변별력을 잃었으니 나라의 온존마저 위태하다.

문 대통령의 수석보좌관회의 발언은 깊은 뜻을 함유한 ‘선문답’ 흉내를 냈으되 결코 고상하게 해석되지 않는다. 대통령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며 “의견 표현과 경청하는 시간을 가진 만큼 이제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문제를 풀어야 할 당사자는 대통령이다. 그런데 도대체 누구에게 지혜를 구하는가. ‘절차에 따라서’라는 말은 대법원판결 전까지는 조국 장관을 지키겠다는 어깃장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의 다음 화법은 더 기가 막힌다. 그는 최근의 길거리 집회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가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국민의 뜻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 못지않게 검찰 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기절초풍할 지경의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마저 느껴진다. 몰려드는 서초동 진영의식의 노예들을 부추기는 선동언어로도 해석된다.

취임할 적에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고 약속한 대통령의 민심 난독증(難讀症)은 참으로 어이없다. 이쯤 되면 우리는 또 한 번 대통령의 계산기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조국’에 쏠려 있으니, 디플레이션 문턱마저 넘고 있는 최악의 경제위기나, 날로 복잡해지는 북핵 상황, 국제 왕따 신세인 형편없는 외교에 대해 말하는 이가 싹 사라졌다. 그래서 끝내 ‘남는 장사’라고 어림셈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것이다. ‘정의’와 ‘불의’를 가리는 상식마저 내팽개친 국가에 무슨 미래가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나라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