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등서 은어로 오남용
생활용어 고착화된 지도 오래
순화 필요한 어휘 1천100여 개
한글 자주성 회복 운동 나서야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9일 한글날을 맞아 언어생활에서도 탈(脫) 일본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기회에 일상 속에 뿌리내린 일본어 잔재를 걷어내고 한글의 자주성 찾기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글은 쉽다. ‘어리석은 백성이 쉬이 익힐 수 있는 스물여덟자’가 한글이다. 올해 573돌을 맞는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여러 위기도 겪었다. 일제강점기 36년이 수난시대였다. 언어 대부분이 일본식으로 형태가 훼손됐다.

언어는 사용할수록 뿌리가 깊어진다. 이 때문에 해방 후 현재까지 한국어 상당수가 여전히 일본식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2005년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일본어 투 용어 순화자료집’에 따르면 순화가 필요한 일본식 한자어는 총 1천171개에 이른다. 여기에는 ‘망년회(ぼうねんかい·송년회)’와 ‘수갑(てじょう·쇠고랑)’, ‘임금(ちんぎん·품삯)’처럼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용어들이 다수 포함됐다.

국립국어원은 자료집을 통해 “사회 전체의 의사소통을 위해서라도 일본어 투 용어를 순화해서 쓸 필요가 있다”며 “원활한 의사소통은 사회 통합의 밑바탕이 되므로 이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관공서나 공공기관에서는 일본식 표현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 현장이나 군대, 법률관련 분야 등에서는 일종의 은어처럼 일본식 표현이 빈번하게 사용된다. 1990년대에는 일본식 표현이 유난히 심한 건설분야 용어만 따로 모아 순화안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해양경찰청이 업무 중 자주 사용하는 일제 잔재 용어 100개를 순화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당시 해경의 조사결과 근무 시 ‘교체’라는 말 대신 ‘기리까시’, ‘물청소’ 대신 ‘나라시’라는 일본어로 소통하고 있었다.

문제는 일본어 투인지 모르고 습관처럼 사용하는 표현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짬뽕’. 일본어 잔폰(ちゃんぽん)에서 유래한 말로 올바른 표현은 초마면이다. 워낙 우리말처럼 굳어져 국어원에서도 굳이 바꿔 사용하라고 권하지 않고 있다.

영남대학교 국어문화연구소 관계자는 “와사비나 오뎅처럼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면서 동시에 우리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표현들부터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며 “한글 사용은 우리 민족을 상생할 수 있게 하고, 외부에선 위상을 높여주는 근본이 된다. 본래 의미대로 소통할 수 있어야 위대한 문자이며 한글에 대한 예의다”고 강조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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