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복구하며 살아가는데…”
1년만에 또 초토화 ‘망연자실’
피해 주민들 “매년 반복되어도
방치하는 행정기관 원망스러워”

“비만 오면 무슨 난리인지 모르겠습니다. 해마다 똑같은 태풍 침수 피해를 겪다 보니 복구할 의욕도 나지 않습니다.”

제18호 태풍 ‘미탁’이 쓸고 지나간 상처는 너무 컸다. 지난해 태풍 콩레이의 상흔이 채 아물기도 전에 올해 또다시 태풍으로 인한 침수피해를 당한 영덕지역은 복구의 의욕마저 잃고 망연자실해 있다.

7일 오전 영덕군 영해면 벌영리를 찾았다. 이번 태풍으로 마을 전체가 침수피해가 났던 곳이다. 물에 젖은 가재도구를 정리하는 주민 황모(72)씨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태풍 피해를 겪다 보니 큰 비가 온다는 소식만 만들어도 대피할 짐부터 챙긴다”며 “앞으로 얼마나 더 이렇게 살아야 할지 암담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황씨가 사는 영해면은 18호 태풍 ‘미탁’이 지나간 지난 2과 3일 이틀 새 최고 강수량 389.0㎜의 폭우가 쏟아져 104세대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벌영천 범람으로 저지대 주택에 물이 들어차 23세대 42명여 명이 일시 대피를 했었다. 황씨는 당시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이 방안까지 들어찼고, 미처 물건을 챙길 겨를도 없이 119도움을 받아 겨우 몸만 빠져나왔다고 몸서리를 쳤다.

벌영천을 낀 벌영리는 1년 전인 지난해 10월 6일 태풍 ‘콩레이’때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황씨는 1년 전에도 방안까지 물이 들어차 방바닥이 진흙 범벅이 됐고, 세간살이는 쓸 수가 없어 몽땅 내다버렸다고 했다. 밭일을 해가면서 세간 채우는 재미로 지난 ‘콩레이’의 아픈 상처를 잊고 살았는데 또 물난리를 겪게 되니 말문이 막힌다고 한숨지었다.

이 마을 주민 이모(47)씨는 “영덕군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록 상습 침수 피해 지구에 대한 어떠한 대책을 세웠고 조치와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매년 태풍과 강우에 의한 침수피해가 나는 곳을 아무런 대책도 없이 방치해 놓은 행정기관이 원망스럽다”고 불평했다.

7일 현재 영덕군의 잠정 피해조사자료에 따르면 사망 1명과 부상자 3명 등 4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또 도로 34곳, 하천 8곳, 소하천 2곳, 수리시설 3곳, 소규모 시설 24곳, 상하수도 105곳, 산림 67곳, 기타 25 등 총 268건의 공공시설 분야 피해가 발생했다.

또 가옥의 경우 전파 1동, 반파 4동, 788동이 침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민은 강구면과 영해. 지품면에서 27가구 23명이 발생했다. 하우스 시설 파손과 농경지 침수, 과수 낙과 등 농업 분야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농업 분야 피해 규모는 일반작물 1천833ha, 과수 40ha, 양봉 500봉분, 비닐하우스 12동이 피해를 입었다. 수산분야에서는 계류장 1곳이 파손되고 지역 내 크고 작은 포구에 해양 쓰레기 2천여t이 밀려들었다.

태풍 피해 현장을 둘러본 자유한국당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 국회의원은 “지난해 태풍 ‘콩레이’의 아픔을 씻어내기도 전에 또다시 태풍으로 많은 군민들이 수해를 입었다”며 “수해를 입은 주민들의 신속한 복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덕/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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