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 영

인사동 처마 끝에 낙숫물 듣는 소리

방금 비둘기가 앉았다 날아간 자리가

파르르 젖는다

두어 행에 불과한 짧은 시에서 시인의 섬세한 시안을 본다. 처마 끝에 떨어지는 빗물이 끌고 오는 낙숫물 소리에 금방 비둘기가 앉았던 자리가 젖고 있다고 표현하는 섬세함을 보여주고 있다. 시인은 잠시 머물렀던 비둘기의 기억과 추억 위로 비가 내림과 그 기억의 미세한 결과 무늬를 파르르 젖는다라고 말하며 그의 사물 인식의 눈이 얼마나 섬세한 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