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던 사람들은 이제 웹이나 앱의 플랫폼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한다.

△도시는 시장이다

킨들버거는 1500년부터 1990년까지 경제강대국의 흥망사를 기술한 일 있다. ‘경제강대국 흥망사’라는 이 책에서 언급한 도시와 국가들로는 베네치아, 피렌체, 밀라노 등의 도시국가들과 포르투갈, 에스파냐, 브뤼주 등을 들고 있다.

킨들버거는 자원, 무역, 고업, 농업, 금융 등의 요소를 통해서 경제흥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속에서 그가 한 가지 빼놓은 요소가 있다. 그것은 도시 혹은 국가의 흥망과 관련해 인구변동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오늘날 메트로폴리탄이라 불리는 1천만이 넘는 도시는 제조업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런던은 산업혁명과 함께 성장하였다. 방직, 석탄, 철광석 등의 공장들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 세워졌다. 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장이 세워지자 일하기 위해 다른 곳의 사람들까지 유입되었고, 그렇게 유입된 사람들과 비례해 공장이 늘어났다. 뉴욕, 도쿄 등이 그러했다. 서울만 보아도 당장 알 수 있다. 구로공단에는 IC회로 조립공장과 함께 방적공장이나 가발공장이 넘쳐났다. 문래, 종로 등에는 철공소가 모여들었고, 신대방동, 성수동에는 방직공장이 들어섰다. 그렇게 서울은 확대되고 커져 지금 천 만이 넘는 메트로폴리탄이 되었다.

말이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있었다. 서울로 가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먹고 살 일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많으면 일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축제가 벌어지는 곳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 몰려드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장사꾼들이 몰리는 것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긴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많은 만큼 그들의 욕구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아무 짝에도 쓸데 없다고 여겨지는 능력이 어떤 부류의 사람들에겐 대단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도시는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며 생명체처럼 성장해나간다.

1970년대 서울이 제조업 중심으로 발전했다면 1980년에는 제조업과 함께 서비스업이 함께 성장하며 더 커졌고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제조업은 다른 곳으로 밀려나고 금융, 법률, 정보, 교육, 의료, 미디어 등과 같은 서비스업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이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또 다른 일자리가 등장했다. 소멸과 탄생을 거듭하며 도시는 변모했고, 사람들은 떠나거나 다시 유입되었다.

그런 점에서 도시는 거대한 시장이다. 사람들의 유동 속에서 새로운 욕구가 생겨나고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노력 속에서 시장은 새롭게 변모한다.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면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거나 기존의 시장은 저항하면서 쇠퇴한다. 시장은 거대한 바다처럼 물결치고, 물은 흘러들어오고 흘러간다. 그런 점에서 도시는 ‘플랫폼’이다. 도시라는 거대한 플랫폼 안에는 거대한 빌딩, 광장, 대학, 주거밀집지역 등과 같은 하위 단위의 플랫폼으로 이뤄진다.

플랫폼이 플랫폼을 낳는다. 오늘날 도시는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예컨대 캘리포니아주 내의 총생산량은 프랑스의 GDP와 거의 맞먹는 2조5천억 달러이며, 텍사스와 뉴욕은 1조5천억 달러를 육박한다. 이것은 브라질이나 캐나다와 같은 국가와 맞먹는 수준이다.

△도시를 위협하는 플랫폼

도시는 거대한 시장이다. 비록 도시를 플랫폼이라고 했으나 진짜 플랫폼만큼 유연하지는 않다. 도시의 시장 기능을 위협하는 ‘진짜’ 플랫폼은 우리의 컴퓨터 속에, 우리의 스마트폰 속에 있다. 본래 플랫폼은 컴퓨터 시스템의 기본이 되는 도스, 리눅스, 윈도우, 브라우저, 자바와 같은 운영체계에 국한되어 사용되었다. 사전적으로 ‘사람들이 기차를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평평하게(flat) 만든 장소(form)’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컴퓨터 공학은 플랫폼을 ‘많은 사람이 쉽게 이용하거나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라는 뜻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자신들이 정의한 방식대로 플랫폼을 현실화하고 있다. 오늘날 플랫폼은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과 같은 SNS, 구글이나 네이버와 같은 포털, 앱을 판매하는 애플 앱스토어나 삼성 앱스토어, 유통과 관련된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새로운 교통과 숙박 산업을 열어가는 우버와 에어비앤비, 다양한 영상콘텐츠를 제공하는 유튜브와 넥플릭스, 교육과 관련된 테드 등 그 종류를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공강일 서울대 강사·국문학
공강일 서울대 강사·국문학

이러한 플랫폼에는 도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린다. 세계에 천 만이 넘는 도시는 총 34개이며, 동경은 3천800만 명의 사람이 거주하는 가장 거대한 도시다. 이러한 수치는 페이스북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페이스북은 전세계 인구의 22%의 인구가 사용하고 있으며, 한 달 동안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한 이용자 수(Monthly Active Users)는 약 21억에 이른다. 신규 사용자는 분당 400명 정도 증가하며, 매일 1억 시간 분량의 동영상 콘텐츠가 업로드 된다. 6천500만 이상의 기업이 비즈니스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500만 명의 적극적인 광고주가 있다.

이제 거대 도시는 저물고 거대 플랫폼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플랫폼을 가져야한다. 시대는 그렇게 변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