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룡 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대학하면 최고의 지성을 대표하는 교육기관이다. 대학은 그만큼 가기도 어렵고 선택된 교육기관이다. 후진국에서 대학생이 되는 비율이 고등학교 졸업생 수의 5% 미만인 경우도 있을 정도로 쉽지 않은 교육의 영역이다.

하지만 한국은 고등학교 졸업생이 줄면서 많은 대학에서 신입생 모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이 학생 모집에 전력을 기울이다 보니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본질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교수라는 직업은 당연히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정치 또는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있거나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 현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하기도 한다. 이들의 시국선언은 애국이 목적이며, 대표적인 사례는 4·19혁명이 일어난 직후인 1960년 4월 25일 당시 자유당정권의 부정선거와 부패에 항거하여 교수들의 시국선언으로 인해 이승만은 다음날 대통령직을 물러났다. 1986년 5공정권의 군부독재를 비판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각계각층의 움직임이 가시화되었을 때도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민주화의 여망을 대변하면서 시민과 학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이끌어내는 데에도 중요한 기여를 했다. 이렇듯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우리사회에서 그들이 가진 비판적 지식인의 위상과 책임을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우리사회는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두고 가족이 검찰수사를 받기에 사퇴를 촉구하는 측과 조국 장관만이 검찰개혁 적임자라며 지지하는 측이 시국선언을 위한 교수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문제는 지지하는 측에서는 조국 장관만이 검찰개혁의 엄중한 역사적 과업의 도구로 선택된 것이라며, 수사로 온 가족의 삶이 망가지는 위기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이 그 운명을 바치기로 결심했기에 그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검찰의 조국 가족 수사가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개혁정부의 미래를 좌초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이 나라 민주주의의 성패를 결정지을 핵심적 사안이 바로 검찰개혁이기에 조 장관 일가 수사를 두고 마녀사냥식이라고 몰아붙인다. 아마 이런 해괴한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사이비교수집단이 많은 것도 한국이 아마도 세계에서 선두일 것이다. 교수직을 발판으로 오로지 벼락출세와 권력지향적인 욕망을 꿈꾸며 정치권을 오가는 행태를 보이는 자들을 ‘폴리페서’라 한다. 이 폴리페서를 자신이 하면 앙가주망(지식인의 사회참여)으로 즉 내로남불 이야기하는데 앙가주망 이전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배웠어야 할 것이다.

학문 연구는 뒷전이고 정치권력에나 기웃거리면서 아부나 일삼는 자들은 이미 교수로서의 품격을 버린 것이다. 한 번 교수는 영원한 교수라는 철밥통 관행 풍토가 사라져야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 대학경쟁력이 살아날 것이다. 교수들 스스로도 학문적 능력과 연구실적 만으로 인정받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하며 교수평가 온정주의는 배척해야 할 것이다.

지금 그들은 조 장관의 일가가 보여준 삶의 궤적이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다는 우리 사회의 실낱같은 서민의 사다리를 꺾어버린 행태를 민주주의로 포장해 궤변으로 국민 앞에 지지선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