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평론가 황광해, 예천을 맛보다

‘명봉양푼매운탕’의 능이버섯백숙.
‘명봉양푼매운탕’의 능이버섯백숙.

반전 있는 메뉴 … 명봉양푼매운탕 & 유정식당

늘 짠하게 바라보는 집들이다. ‘명봉양푼매운탕’은 깊은 산속에서 메기 매운탕, 홍어를 파는 곳이다. 다른 메뉴도 좋다. ‘유정식당’은 직접 잡은 미꾸라지로 전골을 내놓는다.

‘명봉양푼매운탕’은 민물 매운탕을 주 종목으로 한다. 메기 매운탕은, 물론, 좋다.

반전은 이 집의 백숙. 놓아먹인 닭과 인근에서 구한 능이버섯의 조화가 아주 좋다. 방목 닭은 질긴 맛이 있다. 푹 고아서 내놓으면 제대로 자란 닭고기의 맛이 난다. 여기에 능이버섯을 적절하게 더하면 더할 나위 없는 ‘능이버섯백숙’이 된다. 부추를 조금 더하고, 별다른 조미료 없이 끓여낸다. 능이버섯의 진한 맛과 방목 닭의 고소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

주인이 호남 출신의 아낙이다. 경북 북부로 시집왔다. 음식 만지는 손끝이 맵다. 언젠가 시금치 무침을 세 번이나 리필했던 적도 있다. 깊은 산속의 자그마한 식당이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다. 특이하게 홍어를 내놓는다. 홍어를 찾는 손님도 제법 있다.

동성분식의 ‘태평추’.
동성분식의 ‘태평추’.

밑반찬들이 제법 짭짤하다. 인근에 명봉산이 있다.

‘유정식당’. 차별화된 식당이다. 고집불통이다. 자연산 국산, 양식, 중국산 미꾸라지를 따질 필요가 없다.

이른 아침 바깥주인이 길을 나선다. 인근의 논배미나 못, 크고 작은 개울에서 미꾸라지를 직접 잡는다, 가게 한구석에 미꾸라지를 넣어둔 붉은 통이 있다. 이미 2~3일 동안 진흙을 토해낸 미꾸라지다. 이 미꾸라지로 전골을 끓인다.

오랫동안 직접 잡은 미꾸라지로 탕을 끓였다. 국산 양식을 쓰면 편하다. 자연산도 구할 수 있다. 굳이 미꾸라지를 직접 잡는 것은 “직접 잡는 게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 등에서 취재 요청을 하지만 거부했다. 방송에 출연한 후, 손님들이 밀려오면 감당할 자신이 없다. 자연산 미꾸라지는 늘 부족하다. 이 집의 미꾸라지 음식은 특이하다. 서울식으로 ‘통추’를 사용한다. 큰 냄비에 미꾸라지를 넣고 채소를 더한 다음 푹 끓인다. 탕이라기보다 ‘전골’이다. 농경지역이면서 미꾸라지 손질은 마치 서울식 같다. 통추에, 된장도 아니고 매운맛이 도는 붉은 국물이다. 형식도 탕이 아니라 전골이다. 식탁에서 손님들이 직접 끓여 먹는다. 건더기를 먹고 나면 수제비를 넣어서 먹을 수도 있다.

‘백수식당’의 육회비빔밥.
‘백수식당’의 육회비빔밥.

예천 ‘참한우’맛 … 백수식당 & 예천신공항휴게소

경북 지역의 지자체들은 모두 자체 브랜드 쇠고기를 내놓는다. 안동과 예천은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안동한우, 예천참한우가 따로 있다. 예천사람들은 ‘참한우’ 맛이 제일 낫다고 주장한다.

바로 그 참한우를 사용하여 육회비빔밥을 내놓는다. 겉보기로는 별 차이점이 없다. 굳이 비교하자면 고기 육질이 비교적 탄탄하다. 입에서 살살 녹는 고기를 그리 즐기지 않는다. “고기는 씹는 맛”이라고 주장한다.

‘예천신공항휴게소’의 육회비빔밥.
‘예천신공항휴게소’의 육회비빔밥.

‘백수식당’은 오래된 노포다. 전국적으로 이름이 났다. 최근에 리모델링을 해서 주차장, 실내가 말끔하다. 음식도 잘 정리된 모습이다.

유기를 사용하니 아무래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널리 알려진 대중적인 식당이니 음식은 얼마간 달다.

예천에 무슨 공항?, 이라고 되물을 법하다. 예천에는 한때 민간항공기가 뜨고 내린 공항이 있었다. 지금은 군용으로만 사용한다. 공항 가까운 곳에 ‘공항휴게소’가 있다. 넓은 주차장이 있고 편의점과 식당이 붙어 있다. 한쪽은 편의점, 한쪽은 식당이다. 예천 참한우를 내놓는 고깃집인데, 식사메뉴로 육회비빔밥도 내놓는다.

나물 만지는 솜씨가 수준급이다. 정갈한 밥상이다. 육회의 신선도도 좋다. 고추장 대신 간장으로 비벼 먹어도 되는 경북 북부식 육회비빔밥이다. 정확한 식당 이름은 ‘예천신공항휴게소’다.
 

‘단골식당’의 오징어불고기.
‘단골식당’의 오징어불고기.

직화 석쇠구이로 승부 … 단골식당 & 고향식당

‘단골식당’과 ‘고향식당’의 공통점이 있다. 직화, 석쇠구이다. 내용은 다르다. ‘단골식당’은 돼지고기와 더불어 ‘오징어불고기’가 유명 메뉴다. ‘고향식당’은 예나 지금이나 돼지고기를 연탄 직화, 석쇠로 구워낸다.

위치도 전혀 다르다. ‘고향식당’은 예천 읍내에 있다. 이전하기 전 군청 바로 가까운 곳이다. ‘단골식당’은 용궁면이다.

‘고향식당’의 돼지고기 불고기.
‘고향식당’의 돼지고기 불고기.

‘단골식당’은 전국구 맛집이다. 순대국밥, 돼지고기 음식으로 널리 알려졌다. 손님들은 단골식당의 국물 맛이 진하다고 한다. 토렴을 하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단골식당’은 토렴을 했다. 가게 한쪽에 큰 가마솥을 걸고 주방 인력들이 끊임없이 그릇에 국물을 담고, 따라내고, 다시 담고를 반복했다. 겨울철 밥알이 차가울 때 토렴을 통하여 밥을 뜨겁게 하고, 국물의 깊은 맛을 그릇에 담았다.

‘고향식당’은 소박한 집이다. 가게 안팎이 모두 허름하다. 음식은 늘 수준급. 가게 입구 좁은 공간에 연탄 화덕이 몇 개 있다. ‘주인 아들’이 열심히 석쇠로 돼지고기를 구웠다. 고추장, 고춧가루로 양념한 돼지고기불고기는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가족 경영이다.

돼지고기의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 음식이 꾸준한 것도 보기 좋다.
 

‘전국을달리는청포집’의 탕평채.
‘전국을달리는청포집’의 탕평채.

전국을달리는청포집 & 통명식당전통묵집 & 동성분식

모두 묵을 주요 메뉴로 내놓는 가게들이다. 도토리묵이든 메밀묵이든 가리지는 않는다. 도토리가 귀해지면서 메밀묵이 주 메뉴가 되었다. 원형 청포묵은 녹두로 만든 묵이다. 녹두로 만든 묵은 색깔이 푸르스름하다. 청포묵을 만들 때, 치자 물을 들이면 묵 색깔이 노르스름해진다. 황포묵이다. 청포묵은 푸른 색깔은 아니다. 오히려 흰 색깔에 가깝다.

‘통명식당전통묵집’의 태평추.
‘통명식당전통묵집’의 태평추.

‘전국을달리는청포집’은 청포묵 전문이지만 정작 주력 메뉴는 ‘탕평채’다. 묵과 녹두나물, 홍당무, 달걀지단, 쇠고기 채썬 것, 미나리 등 푸른 채소를 골골이 놓는다. 먹을 때는 김 가루 정도를 더하고 뒤섞는다. 안동, 예천 등지에서 널리 먹는 탕평채다. 예천 현지에서는 ‘잘 차린 한정식을 내놓는 집’으로 여긴다. 밥상에 반찬이 20가지쯤 되는, 한상차림 전문점인 셈.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맛집이다.

‘통명식당전통묵집’은 메밀묵이 주력 메뉴다. 현지 사람들은 ‘통명묵집’으로 부른다. 메밀묵을 썰어서 국물에 넣고 신김치, 김 가루 정도로 맛을 낸 메밀 묵밥이 아주 좋다.

‘통명묵집’과 ‘동성분식’은 태평추가 좋다. 태평추는 메밀묵이나 도토리묵에 신김치, 돼지고기를 넣고 자작하게 끓여낸 것이다. 황포, 청포묵, 탕평채가 비교적 고급스러운, 반가의 음식이라면, 태평추는 서민적인 음식이다. 겨울이 되면 예천 읍내 군데군데에서 태평추를 끓인다. 연탄불 위에 태평추를 올려놓고 술잔 기울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동성분식의 ‘태평추’.
동성분식의 ‘태평추’.

‘통명식당전통묵집’은 행정구역으로는 읍내지만, 읍내에서 얼마간 떨어져 있다. 통명리. 가게 바로 옆에 개울이 있다. 허름한 시골집이지만 나름대로 운치도 있다.

‘동성분식’은 읍내 작은 골목 안에 있다. 아주 작고 허름한 식당. 봉놋방이 있고, 작은 주방이 있다.

초산정 ‘제대로 된 식초’를 만든다

‘초산정’은 전통식초 전문 업체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식초를 만든다. 전국의 식초 장인들과 손을 잡고 ‘전통식초협회’를 결성했던 한상준 대표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를 찾아 식초 만드는 방법을 전수하고 있다. 식초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유산초와 초산초다. ‘초산정’은 초산초를 위주로 전통식초를 제조, 관리하는 회사다. 식초, 전통식초, 식초산업은 아직 정확한 규정이 없다. 소비자들은 마트 등에서 손쉽게 구하는 ‘양조식초’를 식초로 믿는다. 그렇지는 않다. 공업, 대량 생산한 식초는 발효, 숙성의 단계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값싼 대량 생산물일 뿐이다, ‘초산정’에서 만드는 ‘전통식초’가 바로 식초다. 다른 것은 식초 맛을 내는 공장 생산품일 뿐이다. 민간의 유산초는, 마시는 용도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양념으로 사용하기에는 불편하다. 식초가 가지고 있는 각종 비타민, 미네랄도 ‘전통식초’와는 다르다.

‘초산정’의 한 대표는 정부 해당 기관과 협의, 정확한 식초의 규격을 정하는 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한 대표가 만드는 ‘오곡미초’ 등의 레시피는 홈페이지(www.chosanjung.com)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음식평론가 황광해

    음식평론가 황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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