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의 양궁 훈련지’ 진호국제양궁장서
명궁 못지않은 ‘활쏘기’의 짜릿함 즐기기

넉넉한 인심과 수려한 풍광이 찾는 이들을 매혹하는 예천군. 오염되지 않은 맑은 강과 하늘을 향해 뻗은 푸른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숲. 재론할 것 없다. 예천은 아름다운 도시다. 내달 펼쳐질 ‘세계 활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예천을 다녀왔다. 회룡포와 삼강주막이 선물한 낭만과 곤충생태원에서 느낀 즐거움도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활과 화살만 잡으면 당 태종 이세민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고구려 장수 양만춘이나 아들 머리 위에 놓인 사과를 떨어뜨렸다는 윌리엄 텔처럼 명궁(名弓)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활쏘기 체험을 직접 해보는 기자.
활쏘기 체험을 직접 해보는 기자.

청복리 널찍한 공간에 시원스레 조성된 예천 진호국제양궁장을 찾은 날. 강사의 도움을 받아 양궁체험장에 섰다. 활은 무거웠고, 화살은 과녁에서 자꾸 멀어졌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즐거움에 빗나가는 화살을 보면서도 웃었다. 1979년. 예천여고 2학년 ‘소녀 김진호’는 베를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 5관왕에 오른다. 예천 진호국제양궁장은 그녀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각종 양궁대회가 열리는 이곳은 해마다 1만여 명의 양궁선수, 임직원, 선수 가족들이 찾는다. 지역경제 발전에도 한 몫 하고 있는 것. 예천군체육사업소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와 홍콩의 양궁선수들에게도 ‘최적의 훈련지’로 호평받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진호국제양궁장 인근엔 활 체험장과 다목적 운동장, 풋살 경기장도 만들어졌다. 주민들에게 ‘운동을 통한 건강한 삶’을 선물하기 위해서다.

 

세계 각국 여행자들이 예천세계활축제를 즐기고 있는 모습.
세계 각국 여행자들이 예천세계활축제를 즐기고 있는 모습.

양궁 경기가 없을 때면 많은 방문객들이 ‘활쏘기’의 짜릿함을 즐기려 이곳을 찾는다. 기자는 초보자용 ‘리커브 활쏘기’를 체험했다. 좀 더 역동적인 걸 원하는 사람이라면 ‘국궁 체험’이나 움직이는 목표물을 향해 화살을 날리는 ‘AR 무빙 타깃 활쏘기 체험’에 도전하면 된다. 팀을 구성해 실력을 겨루는 ‘활 서바이벌 체험’은 젊은층에게 인기다. 활은 구석기시대 때부터 사용됐다. 1만5천 년 전 그려진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에서도 화살을 든 사람을 볼 수 있다. 한국 역시 고구려 무용총 벽화(수렵도)와 김홍도의 민화 등에서 활과 화살을 확인할 수 있다. 활쏘기는 우리 선조들이 심신을 단련해온 수단 중 하나였다. 세계전통활연맹(WTAO)이 창립되기도 한 ‘활의 고장’ 예천군은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2019 예천세계활축제’를 연다. 양궁의 도시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활을 문화관광 상품으로 키워나가기 위해서다. 축제에선 외국 공연단의 활쏘기 시범과 전통 무예 등을 관람할 수 있고, 전국 양궁동호인 대회도 이 기간에 열린다.

 

깔끔하게 조성된 예천 진호국제양궁장.
깔끔하게 조성된 예천 진호국제양궁장.

예천군은 “다양한 공연이 펼쳐질 개막식과 거리 퍼레이드가 관광객들에게 흥겨운 볼거리를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예천 전국가요제와 어르신 노래자랑, 도립국악단과 무용단의 화려한 무대 또한 기대해도 좋을 프로그램. 축제 현장에선 예천 특산물과 공예품이 판매되고, 여행자의 입을 즐겁게 해줄 푸드트럭도 운영된다. 아이들은 플래시 몹(Flash mob)과 불꽃놀이를 기다릴 듯하다. 연초부터 축제의 기본 구상을 시작한 예천군청은 ‘2019 예천세계활축제’의 성공을 위해 철저한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했고, 곧 자원봉사자 발대식도 열 계획이다. 상세한 축제 프로그램과 행사 일정은 예천세계활축제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ywa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예천 곤충생태원.
예천 곤충생태원.

“조그만 생물 곤충, 인류의 귀한 동반자”

예천 곤충생태원서 만난 ‘미래의 비전’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문장은 긴 고민의 시간을 인간에게 던진다. 새끼손가락 손톱보다 작은 ‘곤충’들. 이것들은 대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예천군 효자면에 자리한 ‘예천 곤충생태원’은 위에 언급한 질문에 답하는 공간이다. 살아있는 곤충을 직접 보며, 그것들이 가진 ‘미래의 비전’까지를 유추할 수 있는 곤충생태원은 한국에선 전례가 드문 곤충 전문전시관.

이곳을 찾은 부모들은 ‘세계의 나비관’에 전시된 날개 고운 나비와 ‘3D 전시관’ 속 화면을 종횡하는 곤충들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

살아있는 곤충과 교감할 수 있는 ‘신기신기 곤충체험실’과 개미와 꿀벌의 생태를 관찰하는 ‘찰칵찰칵 벅스하우스’는 그곳에서 체험한 유년의 기억을 오래 떠올리게 할 것이 분명하다.

 

다양한 곤충의 생태를 알려주는 예천 곤충생태원 전시실.
다양한 곤충의 생태를 알려주는 예천 곤충생태원 전시실.

과학자를 꿈꾸는 소년·소녀들에게 예천 곤충생태원은 ‘친절한 선생님’으로 역할한다. 갈색거저리, 흰점박이꽃무지, 장수풍뎅이 등은 식량자원이 고갈된 지구에서 유용한 식용 곤충이 될 수 있는 것들. 예천군은 식·양용 곤충의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을 위해 5개의 농업법인도 설립했다.

대구에서 온 강석훈(42) 씨는 “평소 벌레를 무서워하던 아들이 장수풍뎅이를 직접 본 이후엔 곤충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났다”며 웃었다. 강씨 아들의 장래 희망은 이제 곤충학자가 됐다.

동화 속 공간처럼 만들어진 ‘예천 곤충생태원’엔 동굴곤충체험관, 훨훨 나비터널 등이 있어 방문객들의 환호성을 부른다. 거기까지 운행되는 모노레일에 탑승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싱그럽다.

생태원 관계자는 “조그만 생물인 곤충이 우리와 함께 살아갈 귀한 동반자임을 깨닫게 된다면, 인간의 삶도 보다 풍요롭게 변화하지 않을까”라는 철학적인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곤충생태원 지척엔 금당실 전통마을과 초간정, 용문사와 석송령, 선몽대 등 예천군이 내세우는 관광명소도 적지 않다. 돌아보기를 권한다.

 

삼강주막에서 한잔 술을 즐기는 여행자들.
삼강주막에서 한잔 술을 즐기는 여행자들.

내성천이 빚어낸 절경 ‘회룡포’ 감상 후엔
옛 정취 가득 ‘삼강주막’서 낮술 한잔 ‘캬~’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맑은 날도 좋지만 흐린 날이라고 유명짜한 풍광이 달라질 리 없다. 풍광 좋은 예천. 그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회룡포.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근사하게 묘사된 한국화를 방불케 한다. 누가 붓을 든 것일까?

식상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회룡포 일대는 ‘눈부신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유려하게 꺾어지는 물길과 빛나는 모래사장. 거기에 깃을 털며 날아오르는 하얀 새들의 몸짓까지.

회룡포를 찾아 예천군 용궁면까지 달리는 길도 매력적이다. 짙푸른 녹음과 적요해서 더욱 눈길을 끄는 비포장 시골 도로. 그 끝에 출렁이는 강이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는 이 길을 “신선이 사는 곳에 이르는 여정”이라고 말한다.

KBS 오락·여행 프로그램에 소개된 이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는 회룡포는 내성천 푸른 물길과 그 안에 자리한 조그만 마을이 만들어내는 기막힌 절경이 방문객들을 압도한다.

여기까지 찾아간 이들이라면 당연지사 ‘삼강주막’도 가야 한다. 이른바 “한국의 마지막 주모‘가 있던 낭만의 공간. 그 옛날, 과거 급제를 통해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알림으로써 부모의 자랑이 되고자 했던 청년들이 지친 다리를 쉬어가던 곳.

예천군 풍양면 삼강주막은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134호. 선비들만이 아닌 보부상과 뱃사공의 힘겨움까지 넉넉하게 안아주던 이곳은 방과 마루, 요리를 만들던 부엌으로 구성돼 있다. 아궁이엔 아직도 옛날 그을음이 그대로다.

지난 2006년 ‘우리나라 마지막 주모(酒母)’로 불리던 유옥련 씨가 사망한 후엔 돌보는 사람 없이 방치됐다. 이듬해 주막이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된 것은 “전통을 복원하고, 이를 스토리텔링화 하겠다”는 예천군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

회룡포 전망대를 내려와 갈 곳을 찾는 이들에게 삼강주막은 없어서는 안 될 곳이다. 지금도 저렴한 안주와 막걸리를 팔고 있으니, 백일몽을 부르는 ‘낮술’ 한잔 마시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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