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경주문화관광축제조직위’ 설립 당시 정관에 위배 확인
“시, 전문 인력 배제하고 멋대로 행사 이관” 비난 목소리 높아져

경주문화재단이 경주시 주최 행사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본지 23일 4면>과 관련, 경주시가 재단의 설립 취지에 위배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주시가 제47회 신라문화제를 준비하면서 (재)경주문화재단을 주최, 주관에서 배제하고 후원사로 분류한 것은 경주문화재단의 전신인 ‘경주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 설립 목적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고 백상승 전 경주시장은 지난 2008년 12월 (재)경주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를 설립하면서 경주지역의 축제를 성공적으로 기획·운영함으로써 세계적인 문화관광축제로 성장시킬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축제운영 체계를 구축해 경주 문화를 세계에 알림으로써 경주의 문화관광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정관에 명시했다. 이에 축제조직위원회 정관에는 △신라문화제 △경주 한국의 술과 떡 잔치 △안압지 상설공연 △보문 야외상설 국악공연 △경주시 문화상 △기타 법인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사업을 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경주 한국의 술과 떡 잔치 △보문 야외상설 국악공연은 여건상 행사가 없어졌다. 그리고 △안압지 상설공연은 시내 중심권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장소를 옮겨 봉황대 뮤직스퀘어 공연으로 이름을 바꿔 매년 행사를 가져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경주시는 설립 당시부터 재단 정관에 명시돼 있는 신라문화제의 주최·주관을 두고, 경주문화재단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뒷전으로 밀어내 빈축을 받고 있다.

시민 김모(58·동천동)씨는 “주낙영 경주시장이 경주문화재단의 최초 설립 목적을 무시한채 전직 시장들이 벌여놓은 사업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거나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주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를 설립한 취지가 상당부분 왜곡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단은 출범 당시 축제담당 공무원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한 전문 인력 부족과 기획과 운영의 부실을 극복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 같은 취지가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경주시 직원 A씨는 “경주시가 직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또 다시 과거처럼 행사를 멋대로 이관하는 등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행사는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기획하고 철저한 준비를 통해 치러야 하는데 전문성을 축적해온 기관을 배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빛 축제 등 자생단체가 하는 행사를 문화재단이 하면 안 되며 문화재단은 개막식 행사 전체를 맡고 경주시는 재단과 관계없는 행사를 타 단체와 협력해 행사를 추진한다”고 해명했다.

경주/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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