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특정한 목적에 맞는 개들을 만들어 왔으며, 각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개의 역할을 가르치고 있다.

생물은 어떤 자극에 대해 몸을 움직여서 그 자극에 접근하거나 피하는 성질을 가진다. 이것을 주성이라 하는데 주화성(chemotaxis)은 화학물질의 농자차에 자극을 받아 나타나는 주성으로 음식물이나 이성의 탐지에 도움이 된다. 파리는 암모니아에 끌리고, 나방류의 수컷은 암컷이 분비하는 유인물에 의해 끌리는데, 주화성은 많은 고등동물들이 짝을 찾을 때 활용된다. 개들의 경우 암컷이 발정기에 분비하는 물질로 수컷을 유혹하는데, 이런 화학물질을 페로몬이라고 한다. 자연상태에서 개들은 페로몬에 의해 이성을 찾고 자손을 생산하나 현대사회에서는 사람의 선택에 의해 개들의 번식이 결정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번식가는 외형이 멋진 남녀 개를 선택하여 자손을 생산한다. 개 순종의 의미는 그 종이 지니는 모든 특징을 총체적으로 물려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그 종의 특징을 객관적이고 서술적인 약속으로 정한 것이 견종 표준이다. 다양한 개 품종들은 자연상태에서 교배되고 자손을 형성하던 초기시대를 지나 사람이 특정 목적을 가지고 개들의 교배에 관여하고 선택한 특정 외형이나 능력이 유전에 의해 후세에 전달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꾸준히 특정 순종들을 만들어왔는데, 다양한 개 품종들은 품종형성과정에 각기 다른 환경과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견종표준에는 이런 배경과 환경, 각 견종의 특정한 형태, 성품과 능력 등에 대한 규정과 신체 각 부위에 대한 이상적인 모습이 명시되어 있는데, 이것을 바탕으로 각 견종 품종의 선발대회인 전람회, 도그쇼에서 우수한 개를 선발하고 선발된 개는 많은 암컷들과 교배의 기회를 가지게 된다.

최근 가십거리로 언론에 보도된 해외 유명 축구선수와 유명 모델의 만남이 운명적 인연에 의한 것인지, 우연히 만들어진 자연스런 기회였는지, 신의 섭리에 의한 만남인지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생각이 다르겠지만, 개의 경우 자손을 만들어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하는 과정이 사람의 섭리에 의함임을 개들은 잘 모른다.

현대화된 시대에 개들의 사랑과 자손의 번식은 사람에 의해 결정되고 사람에게 버려진 개들은 자연상태의 페로몬에 의해 운명적 인연이나 우연히 만들어진 기회 속에서 자손들을 낳게 되지만 그 자손들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과 살아가는 개들 세상에서는 사람의 선택이 절대적인 것이다.

스키타이를 비롯한 유목 기마민족들은 동물을 토템으로 삼은 사회였기 때문에 동물이 인간보다 못하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동물을 인간의 동반자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동훈
이동훈

개들이 노동력을 제공하고 사냥에 관여하고 집을 지켜주던 시절도 있었다. 현대사회의 동물 토템이 사라진 환경과 기계의 발전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앞으로 어떤 의미로 개들을 받아들이고 개들의 번식에 관여하게 될까?

개들이 지금까지 인간사회에 관여하고 제공했던 노동력제공, 사냥, 경비업무 등은 이미 현재도 그렇고, 미래에도 개들의 주요 임무가 아니다. 결국 개와 인간이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고 개들을 자녀로 대하기도 하고, 개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 분야가 개의 존재 이유가 될 것이다. 어르신들의 노년을 함께하고 빈둥지 증후군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존재, 미래 사회의 상황에 맞도록 한국의 개에 대한 견종표준과 품종개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정책적으로 고민해볼 때이다. 독일 쉐퍼트는 벤츠보다 부가가치가 높았었다.

/서라벌대 교수·반려동물학과 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