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는 눈이 오랫동안 쌓여 다져져 육지의 일부를 덮고 있는 얼음층이다. 매년 겨울에 내리는 눈의 양이 여름에 녹는 양보다 많다면 눈은 계속 누적돼 엄청난 두께층을 형성하게 된다.

지구상에서 빙하가 차지하는 면적이 지구 면적의 약 10%다. 지구 담수의 68%가 빙하 형태고, 약 30%는 지하수다. 우리가 보는 호수나 강은 담수량의 겨우 0.3%라 한다.

빙하는 넓이에 따라 대륙빙하와 산악빙하로 나뉜다. 대륙빙하는 면적이 100㎢가 넘고 두께가 3천m를 넘어 대륙 전체를 하나로 덮는다. 남극과 그린란드가 이에 해당한다. 산악빙하는 산위에서 눈이 쌓이기 쉬운 골짜기나 오목한 지형에 발달한 것으로 알프스, 히말라야 등이 이런 케이스다.

지난 22일 스위스 북동부 알프스산맥 기슭에서는 상복 차림의 사람이 모여 빙하 장례를 치렀다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해발고도 2천700m에서 치러진 이날 장례식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사라져 가는 빙하였다. 이곳 피졸산 빙하는 2006년 이후 원래 크기의 80∼90%를 잃어 사실상 수명을 다했다 한다. 취리히 대학의 한 빙하학자는 스위스에서 1850년 이후 빙하 500개 이상이 사라졌다고 했다. 지구 온난화로 지구 곳곳이 홍수와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전해진 빙하 장례 소식은 인간의 무모한 자연 파괴에 대한 준엄한 경고로 들린다.

지난달 아이슬란드 서부 오크화산지대에서도 700년 동안 존재했던 빙하가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는 추모비가 세워졌다. 고도 5천895m의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1912년 이후 80%가 사라졌다는 소식도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빙하를 보고 장례를 치르는 인간의 모습에서 우리는 또 다른 두려움을 느낀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