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시민단체·주민 ‘갈등’
역사공원 아닌 근린공원 조성
작년 결정된 왕산광장·왕산루
산동광장·산동루 변경 대립각

구미시 국가산업4단지 확장단지에 조성중인 공원 시설물 명칭을 놓고 시민단체와 구미시, 지역주민들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산동물빛 근린공원으로 명칭이 결정된 이 공원은 한국수자원공사가 확장단지를 개발하면서 아파트 밀집지역에 조성한 근린생활공원으로, 조성이 완료되면 구미시에 기부채납할 방침이다.

구미시는 지난해 6월 시민단체의 제안을 받아 주민공청회를 개최한 뒤 임은동 출신의 독립운동가인 왕산 허위 선생의 이름을 따 공원 내 왕산광장(8천㎡)과 왕산루(누각), 독립운동가 14인의 동상을 배치키로 했다.

하지만, 장세용 시장 취임 후 산동면 주민들이 명칭 변경을 포함한 공원조성 계획 변경을 요구하면서 구미시는 주민의견을 반영해 왕산광장을 산동광장, 왕산루를 산동루로 변경키로 했다. 공원 명칭 등이 변경됨에 따라 독립운동가 14인의 동상을 왕산 허위선생이 태어난 지역인 임은동 왕산기념관에 설치할 계획이었다.

그러자 일부 시민단체들이 “주민공청회에서 왕산 선생의 이름을 따 명칭을 정했는데 시장과 일부 주민 의견을 근거로 명칭을 변경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반발했다.

또 허위 선생의 장손인 허경성(93) 옹 부부도 지난 20일 명칭 변경에 반발해 구미시청 앞에서 2인 시위를 벌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공원이 들어서는 산동면 주민들은 역사 공원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동면 주민협의회는 “왕산 허위 선생 가문은 3대에 걸쳐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대한민국 최고의 독립운동가 집안으로 그분들의 업적을 기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나 산동 물빛공원은 확장단지 조성사업시 한국수자원공사와 주민대책위가 합의해 특화된 수변공원으로 조성키로 한 것이다”며 “특정 단체가 개입해 공원명칭과 시설의 변경을 시도한 것은 납득할 수도, 수용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공청회 당시 주민 입주가 이뤄지지 않아 실제 이용자인 산동면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며 “이 공원은 역사·기념공원이 아닌 근린공원으로 조성된 만큼 시설물 명칭 역시 주민들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주민은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원 명칭을 두고 직접 이용자도 아닌 특정 단체가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을 내세워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면서 “근린공원인 만큼 전체 구미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청회가 아닌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공청회가 진행되고 명칭도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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