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르는 꿈꾸던 구원, 즉 변신에 이르는데 결과는 해충이라는 반전으로 작품은 시작합니다. 가족조차 받아주지 않는 완전히 고립된 존재. 카프카는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자신의 꿈과 이상을 해충으로 변한 그레고르를 통해 그려냈습니다.

카프카의 글은 생전 몇 작품이 출판되었지만 거의 팔리지 않았습니다. 친구 막스브로트에게 본인의 사후 모든 작품들을 태워 없애 달라고 유언할 정도로 지독한 소외감에 시달리던 카프카는 40대 초반에 생을 마칩니다.

문학을 통해 구원에 이르고 싶은 그의 열망은 여러 장애물에도 꿋꿋이 펜을 놓지 않게 했습니다. 남들이 모두 잠든 한밤중에 항상 깨어 끊임없이 원고지와 씨름했습니다.

우리를 일상에서 건져 줄 미지의 양식(unknown food)은 무엇인가요? 더듬거리며 늘 그곳을 향해 나아가도록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가슴 고동치는 꿈은 무엇입니까? 생각만 해도 심장이 뛰고 혈관이 꿈틀거리며 근육이 팽팽해지는 그 무엇. 떠올리는 순간 저 하늘의 북극성처럼 우리의 눈빛을 반짝이게 만드는 것, 그것을 우리는 꿈이라고 부릅니다. 꿈은 잘 짜진 계획이 아닙니다. 견적이 제대로 나오는 것은 ‘기획’이요 ‘플랜’일뿐, 꿈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습니다. 꿈은 탐욕으로 비롯한 야망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레미제라블을 유산으로 남긴 빅토르 위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혁명이란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것을 ‘진보’라고 불러보라. 진보란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것을 ‘내일’이라고 불러보라. ‘내일’은 억제할 수 없게 자신의 일을 하는데, 그 일을 바로 오늘부터 한다.”

억제할 수 없는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밤을 꼬박 지새운 카프카의 열정. 그가 작품을 쓴 지 벌써 100년의 세월이 넘게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는 카프카의 생명력 넘치는 문장들 때문에 전율합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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