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삭발 효과 반감에
향후 투쟁 카드 없어 걱정
당 일각선 ‘공천용’ 비판도
한국당 최교일(영주·문경·예천) 경북도당위원장을 비롯해 장석춘(구미을), 이만희(영천·청도), 김석기(경주) 의원은 이날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국민명령 조국사퇴’, ‘근조 대한민국 민주주의’ 같은 팻말을 발아래 두고 나란히 앉아 삭발했다. 삭발을 마친 경북의원들은 “조국은 사퇴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경북도당위원장인 최 의원은 “다른 장관도 아닌 법무부장관이 본인과 처, 딸, 조카, 전 제수씨, 처남 등 그야말로 가족과 일가 친척이 무더기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기막힌 광경을 국민들이 보고 있어야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국민들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경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황 대표는 재선 의원들과 지난 18일 비공개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삭발투쟁은 나까지만 하면 된다”며 의원들의 릴레이 삭발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만찬에서 황 대표는 재선 의원들에게 ‘투쟁 카드’를 남겨놓아야 한다며 삭발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 의원은 “황 대표가 대표로 삭발한 것이고, 향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문제가 중요하다”며 “패스트트랙 진행 상황에 따라 의원 전체 삭발 및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써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TK지역 한 의원 역시 “조 장관 사퇴에 모든 카드를 쓸 필요가 없다”며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경북 의원들이 삭발식이 사실상 당 지도부의 방침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셈이다.
특히 경북의원들 간에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당초 백승주(구미갑) 의원이 삭발식 명단에 포함됐으나 삭발식 현장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백 의원은 “당 대표의 삭발로 저도 삭발한 거나 다름없는 그런 비장감을 갖고 하겠다. 전체 당 지도부 삭발한 거랑 똑같은 의미”라며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더 나아가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당 한 의원은 “삭발 릴레이 초기부터 많은 이들이 자칫 당 전체가 희화화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걱정했는데, 그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심지어 당 일각에서는 ‘공천용 삭발 릴레이’라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현역 물갈이론이 거론되면서 내년 총선을 염두해 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당 내부에서도 지역구, 지지자들을 향해 자기 장사를 하는 공천용 삭발이라는 시선이 있다”며 “이런 식으로 릴레이 삭발하면 황 대표가 삭발한 의미 역시 퇴색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