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평전’

이숭원 지음·분도출판사 펴냄
평전·2만원

구상 시인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 구상 시인 시‘오늘’ 중에서

고(故) 구상 시인(1919~2004)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첫 평전이 나왔다.

이숭원 서울여대 명예교수가 구 시인의 85년 삶을 담은 ‘구도 시인 구상 평전’(분도출판사)을 출간했다.

사제의 길을 걸어보려다 기자와 종군 작가로 일하고 휴머니즘에 천착한 시를 쓴 작가의 정신을 돌아본다.

가장 문학적인 것은 화려한 수사가 아닌 소박한 진실이라는 본질을 추구한 구상의 생애와 문학 세계를 조명했다.

구상 시인은 한국 문학계에서 전인적 인격과 지성을 지닌 한국의 대표적 시인으로 꼽힌다. 그는 항상 ‘시의 언어 뒤에는 그 말의 내용과 일치하는 등가량(等價量)의 체험과 진실성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는 명확한 시관(詩觀)의 실천을 강조해왔다. 기교의 경지를 넘어서는 적확 간명한 수사로써 의미의 정곡을 조준하는 데에도 시인이 단연 으뜸이었다.

이러한 작품세계는 ‘영성과 윤리도덕’의 구현이라는 입장에서 뛰어난 문학적 순기능을 펼쳐왔으며, 대사회적 문제들을 소재로 삼은 시작들은 시대의 참된 예언자적 메시지로 남아왔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인으로서의 투철한 책임감은 해방작품에서부터 지속적으로 드러난다. 6·25 전선에서는 민족통일을 향한 비원을 담았으며 1공화국 정권 하에서는 저항적 사회시평집을 내고 투옥을 당하기도 했다. 베트남 전쟁터도 찾아 전쟁의 도덕적인 잘못을 꼬집기도 했다.

시인은 한국에서 연작시를 처음으로 쓰고 또 가장 많이 쓴 작가다. 그의 연작시집에서는 치열한 존재론적 인식과 강렬한 역사의식, 그 체험의 부피에서 오는 메시지가 뿜어져나온다.

 

대표작의 하나인 ‘초토(焦土)의 시’는 한국전쟁을 소재로 전쟁의 고통을 초월해 구원의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 연작시다. 대표적인 신앙시작으로 꼽히는 ‘그리스도폴의 강’은 2년간 시문학지에 연재된 연작시. 50편으로 이어지는 시들은 존재의 생성과 소멸을 신앙적 직관으로 조명함으로써 읽는 이들을 깊은 침잠과 관조의 신앙적 세계로 이끌었다.

‘밭일기’, ‘까마귀’(1981), ‘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 ‘유치찬란’(1989) 등의 연작시에서는 파란에 찬 역사와 병고로 수없이 죽음을 체험한 시인의 자전적 고백을 담았다. 또 자기수행의 표상과 물질주의, 현실의 부조리 등에 대한 경고도 깊이 드러낸다.

이 외에도 시인은 다수의 시집과 수상집, 사회평론집, 희곡 시나리오집 등을 남겼다.

시인은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프랑스 문인협회가 선정한 세계 200대 시인에 포함됐으며 그의 작품은 일찍부터 영어와 프랑스어, 독어, 스웨덴어, 일어 등으로 번역돼 세계 문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문학을 사랑하는 각국 사람들의 가슴에 감동으로 남아있다.

서울여대 명예교수인 저자는 서울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문학 비평에 진력해왔다. 특히 시문학 연구를 통해 많은 저서를 남겼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