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천700t 사상 최악의 흉작
공공개발 인한 밀원 군락지 훼손
사육군수 지속적인 증가도 원인
지역특색 맞는 다양한 밀원 조림
수입 벌꿀에 대한 대책도 필요해

양봉장에서 작업하는 농민.
농가 소득과 생태환경의 주요 고리 역할을 하는 양봉산업이 해를 거듭할수록 위기 국면으로 내몰리고 있다.

19일 경북도와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국내 벌꿀 생산량은 2017년 1만5천216t을 기록한 뒤 지난해 9천700t으로 사상 최악의 흉작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 2만6천900t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대표적 밀원(蜜源) 식물인 아까시나무가 줄어든 데 비해 사육군수는 증가해 사육 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1㎢당 국내 사육군수가 21.5군인데 반해 미국과 중국은 0.3군, 호주는 0.03군. 베트남은 6군 수준이다. 게다가 꿀을 만들어 내는 아까시나무 면적은 10년 사이 83%나 감소했다. 2005년 전국 아까시나무 산림면적은 12만5천㏊에 달했지만 10년 뒤인 2015년에는 2만1천289㏊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산림면적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그동안 잘 가꾸어진 밀원 군락지가 공공개발로 훼손된데다가 최근에는 마구잡이식 태양광 발전시설 조성 때문으로 양봉업계는 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이 산림청을 통해 전국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산지 태양광 사업으로 232만7천495그루의 나무가 베어졌다. 훼손된 산지 면적은 4천407㏊로 집계됐다. 이는 여의도 면적(290㏊)의 15배에 달하고, 상암월드컵경기장 6천40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국내엔 밀원의 개화시기에 따라 벌통을 이동해 채밀하는 ‘이동식 양봉’이 양봉농가의 71%를 차지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아까시나무의 개화 기간이 2007년 30일에서 올해 15일로 짧아져 매년 이들은 벌통을 옮기며 머무를 곳을 정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어서 양봉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사육군수도 2010년 이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05년 전국에 37만군에 달했던 토종벌 사육군수가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인해 한때 크게 줄었으나 다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의 경우 전국 아까시나무 면적(2만1289ha)의 38%에 해당하는 8천170㏊를 자랑한다. 이 때문에 2017년 기준 전국 24만691 양봉농가 가운데 가장 많은 4천872 농가가 42만7천662군을 사육하고 있다. 상주시가 472농가에서 5만5천여 군을 사육해 가장 많다. 이어 안동시(559농가) 4만7천여 군, 영주시(308농가) 4만2천여 군, 경주시(396농가) 4만990여 군 순이다. 지난해보다 약 4천800군수가 늘어난 수치다. 밀원수는 한정돼 있는데 꿀벌은 늘어 밀원수 부족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아까시나무에 대한 높은 의존도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한해의 벌꿀 생산량이 아까시나무 상태에 따라 결정돼 해마다 벌꿀 생산량이 들쭉날쭉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양봉산업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로 ‘지역특색과 조림사업 여건에 맞는 다양한 밀원수 조림’이 꼽힌다. 이를테면 지역별로 4∼9월 개화하는 밀원수를 심어 이동하지 않고 한 지역에서 천연벌꿀을 연중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범권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장은 “아까시나무 의존도를 줄이고 고정양봉을 실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밀원자원을 개발하고 있다”며 “임산물 경쟁력을 갖추면서도 수종별 화밀특성, 개화량과 같은 밀원자원으로서 가치를 평가해 헛개나무, 모감주나무, 쉬나무, 피나무 등이 주요한 밀원수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외국산 천연벌꿀의 국내 시장진출은 외부적 위험요소다. 외국산 천연벌꿀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시장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천연벌꿀 수입량은 2013년 689t에서 지난해 992t으로 약 44%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액 역시 82억7천만원에서 136억7천만원으로 약 65% 증가했다.

수입 벌꿀의 공세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캐나다 등 주요 수출국에 대한 관세율은 243%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외국산 천연벌꿀 가운데 가장 저렴한 베트남산의 관세가 오는 2029년에 완전히 철폐될 예정이다. 생산비가 한국산의 10분의 1에 불과해 가격경쟁력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난해 수입가격은 1㎏당 2천531원으로, 여기에 유통비용이 추가된다고 해도 국내산(잡화꿀 소매가격 기준 2만7천500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전문가들은 “기능성 양봉산물 생산을 비롯해 벌꿀 등급제 사업 시행 등을 통한 국내산 천연벌꿀 품질 표준화로 국내 양봉산업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그나마 지난달 양봉업계의 숙원이었던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를 통과함에 따라 양봉산업의 새로운 활력소가 마련될 전망된다. 이에 정부는 양봉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국가 차원의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양봉산업 육성을 위한 전문 인력 양성과 국제협력 촉진, 예산 지원 등에 나설 전망이다. /곽인규·손병현기자

    곽인규·손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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