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를 보면 흔히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온 가족이 원수들에게 몰살당하고 목숨만 건진 소년이 스승을 찾아 산으로 들어갑니다. 스승은 한동안 물 길어오고, 청소만 시키죠. 그러다가 됐다 싶은 시점이면 체력 단련을 시작합니다. 어린 묘목 하나를 심고 매일 그 작은 나무를 뛰어넘는 연습을 합니다. 나무가 자라고 소년의 점프 실력도 점점 높아지고 마침내 무술을 배울 때가 오는 겁니다.

최근 밝혀진바, 무언가 성취하는 데 있어 재능이란 것은 거의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상당한 기간을 의식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을 반복할 때 위대한 성취가 가능하다고 하지요. 새로운 이론같지만, 무협지에는 뻔한 스토리였지요. 작은 것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쌓아가는 일이 훗날 공중을 펄펄 나는 무림의 고수를 만들어 내는 비결입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루에 한 뼘씩 전진해 나가는 일이 그래서 위력적입니다. 습관이 되기 때문이지요. 물론 시간만 투자한다고 해서 위대한 결과를 이룰 수 없습니다. 정확한 방법과 전문가의 피드백이 필수입니다. 홀로서기는 그래서 위험합니다. 나만의 독단에 빠지기 쉽고, 피드백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나를 1%씩 꾸준히 향상시키는 공동체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디오니소스 찬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젠가 많은 것을 알려야 할 사람은 많은 것을 자신 속에 숨겨 둔다. 언젠가 번개에 불을 켜야 할 사람은 오랫동안 구름으로 살아야 한다.”

조금 깨달음이 있다고 교만하지 않고, 내 안으로 꼭꼭 숨겨 두는 일. 번개가 번쩍일 순간을 기다리면서 오랫동안 구름으로 회색 지대를 견뎌 내는 일. 그 묵묵한 인내의 시간이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두려움을 희망으로 인내하며 매 순간을 진지하게 최선을 다하는 자세. 오늘 하루 곰곰이 생각해 볼 일입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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